중국 위안화의 미국 달러당 환율이 6.9위안대로 떨어졌다. 작년 말 7.3위안대에서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올해 하반기쯤이면 6.5위안대마저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위안화의 초강세는 경기 둔화를 최소화하면서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고육지책이다.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경우 설비투자와 소비심리가 심각하게 위축될 것을 우려한 중국 정책당국이 수출 부문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복수통화바스켓 내에서 점하는 유로화와 엔화의 비중 증대, 미국 및 유럽연합(EU)의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도 또 다른 배경이다.
가격 경쟁 비중 축소가 급선무
위안화 강세가 한국 경제에 어느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지는 명암이 교차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긍정적인 영향을 먼저 살펴보면, 값싼 중국산 제품에 수출시장을 잠식당해 온 업체들에는 가격경쟁력 회복의 호기가 될 것이다. 대중(對中) 경쟁우위가 뛰어난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휴대전화 자동차 분야의 경우 영향이 미미하겠지만 중국산과의 수출경쟁이 심한 의류 가전 컴퓨터 철강제품은 위안화 강세의 혜택을 누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구매력이 상승한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이나 직접투자 증가도 경상, 자본수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부정적 영향도 적지 않다. 우선 낮은 인건비를 노리고 중국에 들어간 영세 조립, 가공업체들이 가장 큰 피해자다. 이들은 그렇지 않아도 가공무역 제한, 신노동계약법 발효, 인건비 상승, 환경·보건·위생 규제의 강화 등에 시달려 왔는데 위안화 절상으로 인해 수출가격경쟁력 약화라는 또 하나의 복병을 만나게 된 셈이다. 대중 수출의 절반 이상이 진출 기업에 대한 반제품 혹은 원부자재 수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의 대중 수출 증가율 둔화도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대중 수입의존도가 높고 수입 수요가 비탄력적인 농수산물 수입 및 가공 산업이나 중국 내 유학생을 둔 가계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고 위안화 초강세 추이가 무한정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수출경쟁력 약화와 외환보유액의 가치 하락을 중국 정부가 계속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 달러당 970원대를 넘나들고 있는 한국 원화가치의 동반절상 가능성도 부정적 영향을 어느 정도는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강세에 대한 기업 차원의 대비책은 필요하다. 우선 중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조립가공업체의 경우 중국 내 비용요인 급상승을 감안해 진출 여부를 결정할 때나 진출 업종 및 지역을 선정할 때 반드시 베트남이나 북한 개성공단으로 진출할 경우와 이해득실을 비교, 검토하는 것이 좋다. 이미 중국에 진출한 기업은 위안화 평가절상으로 구매력이 늘어난 중국인들을 겨냥해 내수시장 개척 노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농수산물 광물 원부자재를 수입하는 업체들도 대중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타 지역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품질-서비스 앞서는 게 살길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경쟁력 믹스에서 점하는 환율 등 가격경쟁력 요인의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대신, 제품 및 공정 혁신 노력을 통해 품질 디자인 서비스 등 비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신수종 사업의 발굴, 제품 라인업의 구조조정 등에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 관광공사 등 유관기관, 대학도 중국 관광객과 유학생 유치를 위해 관광 인프라스트럭처 확충, 새로운 문화상품과 관광자원의 개발, 교육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위안화 강세는 우리의 대응 여하에 따라서는 독(毒)이 아닌 약(藥)이 될 수도 있다.
김익수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