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들어오려면 이 길밖에 없었습니다.”
14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검거된 장모(19·여) 씨 등 9명의 중국 동포 학생들은 모두 중학교만 졸업했다. 이들은 같은 동포 브로커에게 한 사람당 400만 원을 주고 중국 고교 졸업장을 위조해 국내 대학에 입학했다.
취업비자보다 발급이 쉬운 유학(D-2)비자로 장기 체류를 노린 것이었다. 이들 중 두 명은 브로커에게 준 돈을 빨리 갚으려고 학교를 뛰쳐나와 공사판을 전전했다.
이에 앞서 13일에는 자녀를 납치한 것처럼 협박전화를 해 깡통계좌에 돈을 입금시킨 뒤 인출하려한 혐의로 동포 유학생 엄모(24) 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방대 국문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엄 씨는 “유학비용을 충당하기가 너무 힘든 상황에서 돈만 인출하면 된다는 말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일부 중국 동포 유학생들이 중국 현지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꾐에 빠져 현금 인출책으로 일하고 있다는 첩보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과는 달리 국내 전문직으로 진출하는 중국 동포 유학생들도 크게 늘고 있다.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교수, 연구직, 강사직 취업비자로 입국한 중국 동포 수는 2003년 246명에서 지난해 397명으로 61% 급증했다.
▶본보 3월 27일자 A14면 참조
▶ 한-중 언어 능통… 양국 문화 잘 이해… 명문대 졸업
동포 출신 전문 인력은 중국어와 한국어에 모두 능하고, 양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깊어 각계에서 환영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차별은 여전하다.
정상은 한남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국내 대기업 중에는 외국 유명 대학에서 MBA를 딴 중국 한족(漢族)은 부장급 이상으로 채용하면서도 비슷한 조건의 동포 출신은 현지 주재원 밑에서 비서로 부리는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 동포의 수는 불법 체류자까지 포함해 약 40만 명. 앞으로 100만 명까지 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구상하는 청사진은 아직 요원하다.
일각에서는 우리 사회가 이들을 제대로 포용하지 않는다면 2005년과 지난해 발생한 프랑스의 이민자 폭동이 우리 일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앞으로 경찰 앞에서 고개 숙인 동포 유학생을 보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출입국 정책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적 검토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김상운 사회부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