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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허문명]국가 매력지수

입력 | 2008-04-15 02:58:00


사샤 아시센버그(27)는 뉴욕에 살던 다섯 살 때 이웃 일본인이 해준 ‘스시’를 먹고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는 미국 기자다. 아예 1년 반 동안 5개 대륙 14개국을 돌며 어부, 생선 도매상, 일식 요리사를 만나 ‘스시 이코노미’라는 책을 썼다. 그의 눈에 비친 ‘스시 요리사’는 ‘칼날과 맨손만으로 생선에서 심오한 희열을 끌어내고, 칼을 휘두르며 명예와 질서를 지킨다는 점에서 현대판 사무라이다’.

▷일본 에도(江戶)시대 서민들이 노점에서 사먹던 ‘패스트 푸드’가 세계 식단의 ‘고급 별미’로 뜨기까지엔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넘쳐난다.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문화상품은 스시뿐이 아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닌텐도의 게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안도 다다오의 건축…. 일본은 제조업 강국에서 문화대국으로 변신한 지 오래다. 일본이라는 국가 브랜드의 매력은 바로 소프트파워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BBC가 최근 세계 34개국 1만7000명에게 ‘이미지가 좋은 나라’ 조사를 했더니 독일과 일본이 공동 1위였다.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아시아 12개국의 이미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을 때도 일본이 최고였다. 짐 데이토(74) 하와이대 미래전략센터 소장은 “정보화사회 다음엔 경제의 주력엔진이 ‘정보’에서 ‘이미지’로 넘어가면서 상상력과 창조성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사회에는 국민총생산(GNP) 대신 국민총매력지수(GNC·Gross National Cool)가 부를 측정하는 기준이 된다는 얘기다. GNC는 얼마나 쿨(cool·매력적)한가를 계량화한 것이다.

▷TV 드라마 ‘겨울연가’ 바람을 타고 ‘한류’의 중심지로 떠올랐던 강원 춘천시가 썰렁하다고 한다. 2년 사이 관광객이 절반 줄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일 “문화로 서울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문화는 단지 상품이 아니라 국민의 생활양식, 가치관, 미의식, 철학, 이미지 등 ‘보이지 않는 가치들’의 합이다. 문화한국을 갈망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초보적 수준의 홀리기로는 안 된다. 세계인들이 보고 싶어 하고 재미와 배움, 즐거움을 주는 한국만의 매력을 발산해야 한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