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의회가 의정비를 올리는 과정에서 주민 설문 내용을 조작하는 등 법령이나 지침을 어긴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시는 지방자치법령에 따라 2월 초부터 68일간 도봉구의 의정비 심의위원회 구성과 운영, 결정 절차를 감사했다. 심의위원 선정과 주민 여론조사에서 문제점이 나왔다.
이에 앞서 도봉구 주민 117명은 지난해 12월 의정비 과다 인상과 관련한 주민감사를 서울시에 청구했다. 강북구와 광진구 주민들도 마찬가지.
○ 도봉구의 절차 무시한 인상
구와 의회가 5명씩 추천하는 도봉구 의정비 심의위원회에는 투명성을 의심받는 심의위원이 끼었다.
심의위원을 추천하는 단체에 구의 보조금을 받는 언론단체가 포함됐고 전 구의원 2명이 심의위원으로 선정됐다.
또 구는 심의위원에게 지급 기준과 관련된 사항을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주민 여론조사를 하기 전에는 주민 소득수준, 공무원 보수 인상률,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기준액을 마련해야 한다. 심의위는 이를 무시하고 의정비 인상을 전제로 문항을 만들었다.
구가 제시한 10개 문항 중에서 의정활동비 110만 원을 받는다는 사실은 제외하고 월정수당만 기록해 적게 받는 것처럼 했다.
여론조사도 부실했다. 구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는 미성년자와 도봉구 이외 주민이 참여할 수 있어 조작이 가능했다.
도봉구 의원 14명은 지난해 의정비로 1인당 3564만 원을 받았으나 올해는 5700만 원을 탄다.
서울시는 의정비 심의위를 다시 구성해 재심의하고 조례를 개정하도록 도봉구에 요구했다. 관련 공무원은 문책하라고 했다.
○ 주민 여론과 의정비 인상은 별개
서울시는 주민감사 청구가 들어오지 않은 다른 자치구를 대상으로 의정비 심의위 구성과 운영, 결정 절차를 조사했다.
강남 강동 광진 도봉 동작 마포 송파 용산 종로 등 9개 자치구는 주민의 의견을 조사하면서 동결이나 인하 항목은 빼고 인상 폭만을 묻는 설문서를 만들었다.
노원 마포 은평 중랑 등 4개 구는 주민 의견조사 결과가 심의위의 잠정 금액보다 낮았으나 반영하지 않았다. 오히려 의정비를 잠정 금액보다 높게 결정했다.
16개 자치구는 심의위가 주민 의견조사 결과를 반영하지 않고 의정비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13개 자치구는 잠정 지급액을 결정하지 않고 주민 의견을 조사했다.
의정비 인상과 관련해 주민이 감사를 청구하지 않은 자치구는 서울시가 제재할 권한이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 의견조사가 요식행위로 변질됐다. 행정안전부가 상한액과 구체적인 산정 기준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바꾸도록 정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서울 자치구 의정비 결정 현황 (단위: 원)구주민 의견심의위
결정액확정액
강남6100만4236만4236만강동5400만 이하5400만5400만강북4600만5495만5375만강서3500만∼4500만5688만5688만
관악3000만∼4000만5300만5172만광진5800만 이하5500만5500만구로3500만∼4000만5280만5280만금천3000만∼4000만5424만5280만
노원5000만5600만5480만도봉5520만∼6120만5700만5700만동대문4000만 이하5350만5350만
동작4000만 이상5592만5592만마포4995만∼6000만5500만5500만서대문4300만 이하5274만5274만
서초3520만 이하5410만5410만성동4000만 정도5550만5550만성북4236만4992만4992만송파6000만∼6076만5700만5700만
양천3500만∼4000만5456만5456만영등포4000만∼4300만4950만4950만용산5500만 이하5460만5460만은평3650만4920만4716만
중3168만 정도4500만4500만중랑3500만∼4000만5160만5040만종로5700만 이하5700만5580만자료: 서울시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