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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붙는 국정개혁]법 - 원칙 바로세우기

입력 | 2008-04-15 02:58:00

민주노총 조합원과 농민, 학생 등 2만여 명이 지난해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등을 내걸고 서울 남대문로 일대에서 시위하는 모습. 모든 차로를 막아 도심교통이 7시간 동안이나 마비됐다. 새 정부가 흐트러진 법과 원칙을 바로잡기 위해 위법 시위에 대해 엄정 대응을 강조하고 있어 이런 불법 시위문화가 바뀔지 주목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법질서 확립’이 합리적 노사관계 정착 첫 단추

《4·9총선에 따른 의회 권력의 교체로 노사관계 개혁이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총선을 통해 ‘경제 살리기’를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확인된 만큼 경제 활성화와 직결되는 노사관계 안정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하지만 ‘흐트러진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는 노동현장에서 적지 않은 마찰을 부를 소지가 있다. 특히 공공부문 구조조정, 비정규직 및 복수노조 허용,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폭력-정치파업 등 ‘경제 걸림돌’ 단호히 대처

‘여론친화적 노동운동’으로 변화 분위기 조성

전문가 “원칙 강조하되 대화와 타협도 중요”

○ 이 대통령, “불법 노사분규 엄단”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불법 노사분규를 엄단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노동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경제가 어렵고 젊은이들 일자리가 없어 위기인 상황에서 이념적, 정치적 목적을 갖고 파업을 하는 일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선진 노사문화는 엄정한 법 적용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부에는 “불법 폭력시위를 그대로 두고는 선진 일류국가가 되기 어렵다”며 법치 확립을 지시했다. 법과 원칙의 확립에 대해선 관련 부처도 적극적이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법질서 파괴행위에 대해선 끝까지 책임을 묻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이영희 노동부 장관도 “무노동·무임금 등의 원칙을 확실하게 지켜나가고 노동운동 관련 불법행위는 반드시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어청수 경찰청장 역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 즉결심판을 통해 예외 없이 사법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 전문가들 “전투적 노동운동은 입지 좁혀”

노동계가 불법 파업을 일삼으며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시대 변화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고 고립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전문가가 많다.

김동원(경영학) 고려대 교수는 “정부는 한국노총처럼 합리적이면 포용하고 민주노총처럼 발목 잡고 저항하면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민주노총이 살아남으려면 여론 친화적인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노동운동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을 때 사정없이 몰아붙여 노조를 약화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사례를 들어 노동운동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전국 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포항건설노조)가 지난달 31일 “분열과 대립의 파괴적인 집단에서 탈피하겠다. 앞으로는 사측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을 일절 중단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힌 일은 대단히 긍정적이라고 노동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포항건설노조는 2006년에 82일간 파업을 벌이면서 포스코 본사 건물을 점거해 비난을 받았다.

홍기택(경제학) 중앙대 교수도 “한국은 노동 분야에서 문제가 많은 나라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노사관계와 노동운동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화 채널은 유지해야

양대 노총은 법과 원칙의 확립을 원칙적으로 부정하지 않지만 노동운동 자체를 위축시키지 않을까 경계한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법과 원칙 확립은 약자에 대한 탄압일 뿐이다. 노동자에게만 법과 원칙을 내세우고 사용자에게는 공정하게 적용하지 않는다면 강력하게 저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영삼 한국노총 대변인은 “법과 원칙을 어겼다고 사법처리로만 간다면 노사관계 선진화와 거리가 멀다. 총선 민심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통합과 타협의 정치를 하라는 의미였다”며 정부에 대화 노력을 주문했다.

노동 전문가들도 법과 원칙을 강조하되 무리수를 두면 정부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스페인과 아일랜드에서 보수 성향의 정권이 들어섰을 때도 노동계와 대화하고 타협했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준모(경제학) 성균관대 교수는 “노동계가 노사정위 참여를 부담스러워한다면 산업별 업종별 대화채널을 만들고 여기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정부가 지원하는 등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분야 주요 정책 및 쟁점정책내용쟁점

공기업 민영화관계 부처와 공기업 민영화 TF 구성·운영(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안 확정 직후)사회적 공공성 저하 우려노사관계 법치화노사관계 불법행위 예방팀 구성(4월 3일), 노사분규 유형에 따라 엄정한 법 집행노조의 파업권 제한 우려복수노조 허용 등복수노조 허용 및 교섭창구 단일화,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대해 노사정 논의(6월까지). 올해 정기국회 때 법안 제출해 2010년 1월 시행에 대비노동계 “노사 자율에 맡겨야”
경영계 “정부 방침에 원칙적 찬성”

비정규직법 보완비정규직 고용기한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등의 법 개정을 노사정위원회에서 협의하고 여론 수렴(12월 말). 입법 추진(2009년)노동계 “차별시정제도 등 개선해야”
경영계 “파견 허용업무 확대 등 고용 유연성 강화해야”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 불법 폭력시위 대책은

사회적 손실 연 12조원

경찰 “주동자 현장 체포”

즉결심판-배상청구 많아질 듯

일각선 과격진압 역효과 우려

경찰청은 지난달 15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시위 전담 부대를 9월부터 운영하고 불법 시위자는 현장에서 체포하겠다고 밝혔다. 시위 중 폴리스라인을 넘으면 즉결심판제도를 통해 처벌하고 진압 경찰을 공격해 다치게 하거나 장비를 파손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다.

경찰은 “떼법과 국민정서법이 통하는 잘못된 시위 문화를 청산하기 위해 불법행위는 예외 없이 사법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불법 폭력 집회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선언이다.

참여정부 기간에 3000명이 넘는 경찰이 불법 폭력 시위를 막다 다쳤다. 불법 폭력 시위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연 12조 원에 이른다.

지난달 28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첫 대규모 집회인 ‘등록금 해결 촉구 범국민집회’는 물리적 충돌 없이 끝났다.

7000여 명이 참가한 이 집회에 경찰은 179개 중대 1만5000여 명을 배치하고 “질서유지선을 침범하는 등 사소한 불법행위도 모두 촬영하겠다”고 경고했다.

경찰청 경비과의 한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무관용 사법 처리’ 방침을 천명한 만큼 불법 행위 주동자는 체포전담반을 투입해 현장에서 체포하겠다”고 밝혔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는 “국내에서 폭력 시위를 벌이던 반자유무역협정(FTA) 시위대가 미국 시애틀과 홍콩에서는 철저한 준법 시위를 벌였다는 것은 우리의 공권력이 땅에 떨어졌다는 극명한 사례”라며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부각시키는 반작용으로 공권력을 경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해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공권력이 강하다고 해서 반민주주의 사회는 절대 아니다.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는 법치주의가 확립된 사회이므로 불법 시위에 대한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한 원칙적인 대응이 합법적 시위와 집회를 위축시키며 과격한 진압은 물리적 충돌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 비판한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시급한 노동 현안은

제 구실 못하는 비정규직 보호법 수술 불가피

勞 “비정규직 줄여야” 使 “고용 더 유연하게” 대립

복수노조 - 노조전임자 임금 문제도 마무리 지어야

정부는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로부터 불신받는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부터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을 보호하려고 만든 법이 비정규직 고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7월부터는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어서 보완이 시급하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최근 “비정규직 보호법을 그냥 두면 갈등이 깊어질 우려가 있다. 새로 국회가 구성되면 개정 보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사용을 보다 엄격히 제한하라고, 경영계는 비정규직 고용기한(2년)을 1년 연장해 노동유연성을 더 강화하라고 각각 주문하고 있다. 노사 간 힘겨루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노동계의 ‘뜨거운 감자’인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에 대해서도 올해 정기국회 때 처리하도록 추진하기로 했다.

두 사안은 2006년 12월 노동 관련법 개정 때 노동계의 반발로 시행시기가 2010년 이후로 미뤄졌다. 노동부는 복수노조는 허용하되 교섭창구는 한 곳으로 단일화하고 노조 전임자에 대한 회사의 임금 지급을 금지할 방침이다.

노동계는 복수노조 허용에는 찬성하지만 교섭창구 단일화와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는 “사업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계는 대체로 정부 방침을 지지한다.

정부는 아울러 기업이 고용을 유연하게 하도록 근로자만 갖는 부당해고 관련 금전보상 신청권을 사용자에게 제한적으로 주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근로자를 회사가 복직시키지 않고 돈으로 보상하는 길이 열린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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