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쿠웨이트 등 걸프만 6개국
자본개방 추진따라 신흥시장 부상
“걸프 만은 내일의 ‘이머징 마켓’이다.”
금융 칼럼니스트 제인 브라이언트 퀸 씨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에 이어 걸프 만 연안 6개국이 새로운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워싱턴포스트, 뉴스위크, MSNBC 등 다양한 언론 매체에서 활동하는 재테크 전문가이다.
퀸 씨가 13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기회의 땅’으로 꼽은 신흥 6개국은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
사우디를 포함한 일부 국가는 외국인들의 주식 보유 제한 완화를 추진하는 등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뮤추얼펀드 ‘T 로 프라이스’가 지난해 9월 중동 펀드를 출시하는 등 이 지역에 대한 전 세계 투자가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GCC가 최근 역외 국가로는 처음으로 싱가포르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나선 것도 중동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들 국가가 새로운 투자 지역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산업의 다각화와 이미지 변화를 시도해 온 결과다. 과거엔 걸프 만이라고 하면 석유, 사막, 낙타, 전쟁 등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고 퀸 씨는 지적했다.
UAE의 두바이나 아부다비에 세계적인 고층빌딩, 고급호텔, 골프장, 쇼핑몰 등이 들어서면서 중동의 이미지도 현대적으로 바뀌었다.
퀸 씨는 또 아랍권이 보수적이며 종교적 색채도 강하지만 GCC 회원국들은 ‘코스모폴리탄(세계적인)’ 문화와 상업적 현대화가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이들 국가는 막대한 오일머니를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첨단기술 산업에 투자하며 석유 고갈에 대비하고 있다. 아부다비의 경우 구겐하임 미술관과 루브르 박물관의 분점을 유치하고 각종 공연장을 설립하는 등 문화예술 분야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두바이 등 걸프 만 지역은 이미 관광과 금융의 중심지로 각광받고 있다.
대형 펀드의 주요 투자 기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가 2006년부터 GCC지수를 따로 마련했을 정도로 세계 주식시장에서는 이들 국가를 주목한다.
물론 이들 국가의 주식시장은 부침이 심해 투자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사우디를 제외한 5개국의 주가는 2005년 과열됐다 2006년 폭락한 뒤 지난해 다시 40%가량 급등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이 ‘안정적이고 안전한 투자처’라고 기대하는 투자 전문가가 여전히 많으며 퀸 씨는 “향후 25년 동안 세계의 돈이 걸프 만으로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