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구 7단은 초반 이후 불리한 형세에서도 끈질기게 흑의 뒤를 밟아왔다. 이젠 어느덧 형세가 어울렸는데 아직 미세하게 뒤지고 있음을 느낀다. 지금 단계에서 이 차이를 뒤집는 게 아득하게 느껴진다.
백 194는 마지막 스퍼트다. 백 202까지 패가 불가피하다. 패는 늘 변화를 수반한다. 이 7단은 이 변화 속에서 역전의 동아줄을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팻감이 부족하다. 백은 204, 210, 216 등 자체 팻감을 쓰지만 흑은 중앙 흑 돌을 살리자는 팻감이 많다.
결국 백 222로 패를 양보할 수밖에 없는 이 7단의 가슴은 쓰라리기만 하다. 애초 백194로는 참고도처럼 두는 게 현실적이었다. 우변 패싸움에서 선수를 잡은 목진석 9단은 225로 중앙 흑 돌을 잡은 대가를 내놓으라고 독촉한다. 백 230으로 두 점을 따내 중앙 흑 돌은 완벽히 죽었다.
대신 좌하 백이 흑의 수중에 들어가기 일보 직전. 이 7단은 흑의 결정타를 보기 싫어 눈을 감는다. 이윽고 ‘딱’ 소리와 함께 돌을 확인하던 이 7단은 갑자기 눈을 번쩍 뜬다. 그는 무엇을 본 것일까.200·206·212·218… 194, 203·209·215·221… 197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