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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관계’의 비좁음

입력 | 2008-04-15 03:01:00


두 지붕 아래 다각관계? SBS ‘행복합니다’(토 일 오후 8시 45분), MBC ‘천하일색 박정금’(토 일 오후 7시 55분)이 두 가족 및 친구 사이에서 모든 애정 관계가 이뤄지면서 상식에도 어긋나고 혼돈스럽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시청률 20%를 오르내리는 ‘행복합니다’는 두 지붕 아래 6각(角) 애정 관계가 얽혀 있다. ‘천하일색 박정금’도 15%대를 기록하지만 두 가족 간의 관계가 복잡하다.

‘행복합니다’에 등장하는 관계의 축은 박승재(길용우) 회장네와 이철곤(이계인) 사장네 두 집이다. 우선 박 회장의 첫째딸 박서윤(김효진)과 이 사장의 아들 이준수(이훈)는 재벌가 딸과 평범한 회사원이라는 신분의 차이를 딛고 사내 커플에서 부부가 됐다.(관계도1-①) 박 회장 둘째 딸 애다(이은성)는 이 사장의 셋째 수양아들 용재(김철기)와 같은 보육원 출신인 복서 강석(하석진)과 연인관계(1-②)가 됐고 박 회장 외아들 상욱(이종원)은 오래전부터 내연녀 지숙(채영인)과 관계를 지속해 오며(1-③) 몰래 아들까지 두고 있다. 또 용재는 보육원에서 같이 자란 지숙을 오랫동안 좋아하고 있다(1-④).

게다가 최근 이 사장과 로맨스가 시작된 안미숙(권기선) 여사는 박 회장네 집사(1-⑤)이며 한 여사의 딸 쫑아(신다은)와 이 사장의 막내아들 준영(안용준)의 애정전선(1-⑥)도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MBC ‘천하일색 박정금’도 대부분의 관계가 박봉필네(박근형)와 윤씨네(나문희) 집 근처에서 벌어진다.

박봉필과 윤 씨는 과거 부부 사이(관계도2-①)로 박 씨는 자신의 집 가정부이던 사 여사(이혜숙)를 후처로 들여놓고 윤 씨를 내쫓는다. 사 여사의 딸 사공유라(한고은)는 인권변호사 한경수(김민종)와 결혼하지만(2-②) 한경수는 박봉필의 딸 박정금(배종옥)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2-③)

윤씨네와 사기 계약 문제로 동거하게 된 의사 정용준(손창민)은 초등학교 시절 짝사랑했던 박정금에게 청혼을 한다(2-④). 그리고 그의 형인 정용두(박준규)는 아파트 옆집으로 이사 온 시를 전공하는 문학교수 마봉춘(이매리)과 사랑을 키워가는 중(2-⑤)이다.

두 드라마는 이처럼 두 집안의 인물들을 복잡하게 얽히고설키게 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가족 중심의 주말극이 여건 상 두세 집안을 중심으로 인물을 설정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두 드라마는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말극인 KBS2 ‘엄마가 뿔났다’는 한 집안을 중심으로 3남매가 각각 다른 가족들과 맺는 관계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행복합니다’ 등 두 드라마가 각각 두 가족만의 이런 저런 관계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유는 등장인물이 너무 많으면 줄거리가 산만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연의 출연료 부담이 높아지면서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인물의 수를 줄이는 이유도 있다.

시청자 이은혜(27) 씨는 두 드라마에 대해 “드라마 속 세상은 두 가족만으로 이뤄진 동족촌이냐”며 “마치 퍼즐을 맞추듯 주어진 등장인물을 끼워 맞추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행복합니다’의 장용우 PD는 “인연이 없는 사람들을 무리하게 끌어들이기보다 인연이 있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관계를 구성하다 보니 이런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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