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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 “예전엔 인간대접 못받기 일쑤 촬영 휴식때도 부엌 한쪽에서”

입력 | 2008-04-15 08:17:00


“30년 동안 가정부만 했지. 외모서부터 모든 게 내가 적격인가 봐. 가정부 하면 전원주가 첫째로 떠오르니까. 서러운 건 말로 못해. 역할 때문에 인간 대접도 못 받기 일쑤였지.”

‘가정부 전문 배우’에서 이젠 ‘사모님 배우’로 자리를 바꾼 중견 탤런트 전원주. 그녀는 지금과 비교하면 우울했던(?) 과거 이야기를 들려줬다.

촬영 중간 쉴 때 주조연급 배우들 옆에 있지 못하고 부엌 한 구석에서 쉬는가 하면, 하루 촬영이 끝난 뒤 배우와 스태프들이 마지막에 수고했다고 서로 건네는 악수도 받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제일 많이 기다리고 고생을 하는데도 출연료는 가장 낮은 수준. 교통비와 식대를 제외하면 없어지는 돈을 받으면서도 연기에 대한 재미와 ‘다음에는 큰 역 주겠다’는 제작진의 달램에 알면서도 속고, 또 속았다고.

전원주는 “우리집 일 하는 가정부에게도 괄시 받고 살았어. 자기 옷을 빌려 입고 연기하니 내 잔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우습게 알더라고. 어떤 날은 아이 때문에 학교에 갔는데 애가 없어졌어. 친구들이 ‘식모 왔다’고 놀려서 도망쳤다는데 애 몰래 혼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녀는 한참 가정부역만 하다가 PD의 제안으로 여의사 역할을 딱 한 번 맡았다고 한다.

“가정부일 때는 누가 밥 사준다고 해도 나가질 않았는데 그 날은 예쁘게 입고 머리도 해서 여의도 밖 가장 큰 식당에 우아하게 들어갔지. 그랬더니 식당 주인이 ‘전원주씨 이번엔 주방장으로 나오시나보죠’ 그러는 거야. 그날은 기분도 좋아 그냥 웃고 넘겨버렸어.”

전원주가 ‘가정부 전문 배우’란 꼬리표를 뗀 것은 모델로 나선 국제전화 CF가 대히트를 치면서부터다. CF 이후 고운 옷을 입을 수 있고 뽀글 파마를 안 해도 되는 사모님 역할만 들어와 마냥 행복했다.

요즘은 달라진 드라마 속 가정부 역할. 또 다시 제안이 오면 할 수 있을까.

“우리 때 가정부는 구식이었는데 요즘엔 멋도 내고 화장도 하고 고급스러워. 우린 일부러 옷에 구멍을 내기도 했는데 요새는 앞치마도 예쁘고 가운도 입더라고. 괜찮은 역이 있다면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이유나기자 ly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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