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의 핫이슈는 제 8구단 문제였다. 우여곡절 끝에 센테니얼의 참여로 프로야구는 공멸을 막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국내 첫 네이밍 마케팅을 통해 우리담배를 메인스폰서로 선정하고 출발한 우리 히어로즈.
2008년 시즌 초반 우리 히어로즈는 선전에도 불구하고, 예상대로 저조한 관중동원을 기록하고 있다. 히어로즈는 올 시즌 프로야구에 어떤 화두를 던지고 있고, 그 빛과 그림자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우선 고무적인 현상은 연고지를 서울로 이전했다는 것이다. 프로야구 관중동원의 2대 변수는 성적보다 구장규모와 도시인구이다. 거의 매일 경기가 열리는 프로야구는 야구에 대한 해당도시의 선호도와는 무관하게 무조건 큰 도시에 입성해야 한다. KIA나 한화가 야구열기가 부족해서 관중동원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연고도시 인구가 적기 때문에 관중동원에 어려움이 있다. 수원을 연고로 한 현대도 마찬가지였다. 미국과 일본의 예를 보더라도 “축구는 시골에 정착해도 문제없다. 그러나 야구는 대도시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게 정설이다. LG, 롯데, 두산, SK가 관중동원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빅사이즈 구장과 시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프로야구가 정착하기 위한 ‘필요인구’는 200만이다. 따라서 히어로즈의 서울 입성은 당장은 아니지만 구단의 미래가치를 높일 것이다.
그럼 히어로즈의 그림자는 무엇인가? 네이밍 마케팅의 한계와 정체성 확립의 어려움이다. 프로스포츠는 결국 지연연고의 정착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지역밀착을 통해 “종교는 바꿔도, 자기가 좋아하는 팀은 바꿀 수 없다”는 팬들의 로열티가 있어야 팀이 성장한다. 그러나 몇 년마다 팀 이름이 바뀌는 구단을 누가 사랑할 수 있겠는가!
지금 현재 히어로즈의 팬들은 있기나 한 것인가? 결국 우승을 해도 팬 로열티가 떨어지면, 네이밍 마케팅 재계약을 할 때마다 구단의 가치하락을 경험할 것이다. 가치하락이 거듭되면 결국 구단은 사멸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어떤 프로스포츠 리그에도 이와 같은 팀 명칭을 판매하는 네이밍 마케팅은 거의 없다.
유니폼 스폰서십은 가능해도 팀 명칭을 판매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1970년대 초 일본프로야구는 ‘팀 명칭판매는 구단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이미 경험했다. 따라서 히어로즈는 성적보다 어떻게 서울에 정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는 2008 프로야구 흥행에 찬물을 끼얹고, 원정관중에 안방을 내준 채 ‘무임승차’할 조짐마저 보인다.
올 시즌 히어로즈 선수들은 개인적으로 좋은 성적을 올려 시즌이 끝난 후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경기에 임하는 것 같다. 따라서 올 시즌 프로야구의 가장 다크호스는 히어로즈다. ‘다크호스 히어로즈’를 믿고 이제 구단 프런트는 성적보다 관중동원에만 ‘신경’ 쓰면 될 것 같다. 지역정착을 위해서는 무엇을 못하겠는가!
‘서울 우리’로 팀 명칭 개칭도 고려해야 한다. 일본과 대만프로야구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 프로스포츠 팀 명칭에 기업이름이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유는 지역에 정착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음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팀 명칭에 기업이름만 있고 지역이 소외되고 있는데 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는 어렵다.
히어로즈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결국 ‘서울’을 마케팅 해야 한다. ‘뜨거운 감자’ 히어로즈에 2008 프로야구의 운명과 흥행이 동시에 달려있다.
전용배 동명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소싯적부터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지만 그래도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