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씨가 13일 우주로 가지고 올라간 우주김치와 밥, 수정과 등 국산 우주식품을 먹고 있다. 이 씨는 이날 열린 최초 우주인 유리 가가린의 우주 비행을 기념하는 만찬에서 이들 음식을 미국 및 러시아 우주인들과 나눠 먹었다. [사진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가 머무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일반 볼펜으로 글을 못 쓴다. 지상에서는 잉크가 중력을 받아 아래로 조금씩 새어나오며 글이 써지는 반면 무중력 상태인 ISS에서는 잉크가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흑연가루가 날리는 연필을 쓰지도 못한다. 탄소 덩어리인 흑연가루는 자칫 ISS의 전자기기에 합선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원대 김중복 교수팀은 한 가지 해결 방법으로 볼펜 뒤에 작은 공기통을 달아 주는 특수볼펜을 생각해 냈다. 통 안의 공기가 중력 대신 잉크를 밀어 주는 원리이다. 볼펜 모양도 이 씨가 8일 타고 우주로 올라간 소유스 로켓 모양을 닮았다.
이 씨는 14일 오전 0시 40분(이하 한국시간)부터 이 특수볼펜과 일반 볼펜으로 글씨가 잘 써지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모든 실험 과정을 캠코더와 디지털카메라에 담았다.
이 씨가 19일 오후 5시 38분 지구로 귀환하면 이 모든 실험 내용을 담은 영상이 공개된다. 실험 결과와 동영상은 초중고 과학 교과서나 수업용 교재로 활용될 계획이다.
이 씨는 귀환할 때 함께 우주로 가지고 올라간 초파리 1000마리와 씨앗, 세포배양기에서 배양한 세포 샘플, 18가지 실험 결과를 담은 외장 하드디스크와 플래시메모리 카드를 싣고 내려온다.
귀환 때 이 씨의 짐은 한결 간편해진다. 발사 때 45㎏ 이상이던 이 씨의 개인 짐은 돌아올 때면 8.43㎏으로 크게 줄어든다. ISS에 남은 짐은 몇 개월 뒤 우주화물선 ‘프로그래시브’에 실려 대기권에서 불타 없어진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기혁 우주인개발단장은 “러시아와 미국 측에서 ISS 내 소음정도를 관측하는 소음측정기와 무중력 상태에서 질량을 재는 우주저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 씨의 귀환 후에도 ISS를 방문하는 외국 우주과학자들이 이들 국산 장치를 이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동아사이언스 박근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