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북 지역에 이어 경기 평택시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또 전남에서 AI에 감염된 닭과 오리가 대량으로 유통된 것으로 확인된 데다 이 닭과 오리를 공급한 유통업자가 충남 지역에도 드나든 것으로 밝혀져 AI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방역당국은 초기 도살처분 범위를 넓히는 등 방역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호남 이어 경기도로도 AI 확산
농림수산식품부는 14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의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에서 닭이 집단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정밀 검사한 결과 'H5형' AI 바이러스를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인지 여부는 17일쯤 확진되지만 현재까지는 고병원성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에서 발생한 AI가 고병원성으로 확진되면 고병원성 AI 양성 판정은 전국 5개 시·군 21건으로 늘어난다. 이 가운데 예방차원에서 도살 처분한 9건을 빼면 'AI 발생'은 12건이 된다. 농식품부와 경기도는 평택 농가의 닭 2만3000마리를 도살했다.
이 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으로 확진되면 주변 3㎞ 안의 닭과 오리 31만2000마리도 도살 된다. 현재까지 발병된 11건의 AI는 보름 만에 나온 것이어서 과거 2003년~2004년 19건, 2006~2007년 7건이 약 3개월에 걸쳐 발병했던데 비해 확산속도가 아주 빠르다.
평택지역 주민 김모(55) 씨는 "정말 AI가 우리 마을에서도 발병한 것이 맞느냐"며 "어떻게 여기까지 번졌는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 지역도 AI 확산 가능성 촉각
전북의 AI 발생 농장에서 오리를 불법 반출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소매업자가 이 오리를 실었던 트럭으로 전남지역에 닭을 운반해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소매업자는 7일 전북 익산의 토종닭 농장에서 닭 633마리를 싣고 전남 화순군 남면의 농장으로 운반했다. 이 닭들 가운데 101마리는 이미 소비됐으며 나머지 닭들은 도살됐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폐사신고는 들어오지 않았다.
이 소매업자는 화순 뿐 아니라 충남 논산과 천안 등의 농가와 식당 등 모두 141군데를 드나든 것으로 나타나 당국은 이 소매업자를 통해 AI가 확산됐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처럼 AI 발생지역에서 감염된 가금류가 불법 유출된 데다 농가가 늑장 신고를 해 피해규모를 키울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2차 발생지역인 정읍시 영원면 오리 농가는 지난달 말부터 폐사가 시작됐지만 이달 3일에야 폐사신고를 했으며 신고 전에 일부 오리를 내다판 것으로 드러났다.
●방역당국 대처 강화
농식품부와 지자체 등 방역당국은 지금까지 AI가 발생한 지점의 500m내에서 도살처분한 뒤 주변의 추가 발생상황을 확인하고 도살처분 범위를 3㎞로 확대해왔다.
하지만 김창섭 농식품부 동물방역팀장은 이날 "앞으로는 AI가 고병원성으로 확진되면 무조건 발병 지점 3㎞안의 가금류는 모두 도살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확산예방을 위한 긴급조치도 나왔다.
충남 논산시는 AI에 감염된 닭을 불법 유출한 소매업자가 드나들며 닭을 납품한 채운면 농장 닭 2620마리를 예방차원에서 도살했다. 또 천안시도 같은 소매업자가 닭을 공급한 목천읍 농장의 닭 9만3170마리를 도살하기로 했다.
아직 AI 발생 보고가 없는 강원도도 AI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구제역특별방역대책상황실을 AI대책상황실로 확대 운영하고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