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데 힘을 쏟겠습니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8일 중국 베이징현대자동차 2공장 준공식 기념사 말미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의 말은 행사에 참석했던 현대차 관계자들이나 기자들 사이에서 의례적인 언급으로 여겨져 크게 주목을 끌진 않았다.
하지만 올해만 해도 60여 종의 신차(新車)가 출시되는 ‘역동적인’ 중국 자동차시장을 감안하면, 정 회장이 단순히 의례적인 수준에서 이 같은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브랜드 파워는 미국이나 유럽뿐만 아니라 신흥시장인 중국에서도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중심가에서는 분명 현대차가 많이 눈에 띄었다. 구형 쏘나타와 아반떼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특히 택시 중에서는 ‘현대 로고를 단 택시가 절반’이라는 현지 가이드의 말이 실감날 정도로 많이 목격됐다.
그렇지만 휴대전화나 전자제품에서 삼성이나 LG가 그런 것처럼, 중국시장에서 ‘현대차=한국제=명품’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을까 하던 기대는 취재과정에서 많이 사라졌다.
베이징의 중심가인 왕푸징(王府井)이나 중관춘(中關村) 딜러숍 등지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대부분 현대차의 장점에 대해 “디자인이 예쁘고 무엇보다 가격이 싸다”고 말했다.
현대차에서 중대형차가 나오면 사겠느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많았다. 한 40대 여성은 “현대차는 ‘택시’ 이미지가 강해서 고급 승용차로 적절할지 모르겠다”고 했고, 현대차 중국인 딜러도 “부유층은 벤츠나 아우디를 사는 게 보편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이 전년보다 20.3% 줄며 시장 점유율이 4위에서 7위로 떨어진 것도 브랜드 파워가 큰 도요타가 ‘뉴 코롤라’ 준중형 모델을 공격적으로 판촉한 것과 연관이 깊다. 한국에서는 판매량에서 아반떼에 훨씬 못미치는 GM대우차의 ‘라세티’(현지에서는 상하이GM이 생산한 ‘엑셀로’)도 중국에서는 아반떼보다 잘 팔린다. 단지 ‘GM’마크를 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현대차의 분석이다.
중국 소비자들도 ‘브랜드’에 대해 눈뜨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시장에서 브랜드 가치 제고에 늦장을 부리다가는 기껏 만들어놓은 대규모 생산시설이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뛰어야 할 것 같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