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소곤소곤 경제]“국경없는 경제 어떻게 파악하나요”

입력 | 2008-04-16 03:01:00


■ 사례

대훈은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문득 자신의 젊은 시절, 중동지역에 기술자로 파견돼 숨이 막히고 온몸이 타들어갈 듯한 사막의 더위와 싸워가며 일하던 때가 떠올랐다.

‘휴! 그때는 정말 굉장했어. 나라도 어려웠고, 산업역군이란 말처럼 너도나도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사명감으로 최전선에서 싸우는 군인 같았지.’

대훈은 현재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조그만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훈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먼 타지에서 일하는 그들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생일 파티를 마련해 주는 것은 물론 아픈 데는 없는지, 음식은 입에 맞는지 일일이 신경을 쓴다. 임금의 일부를 꼬박꼬박 본국으로 송금하는 일도 도맡아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대훈을 친형제처럼 믿고 살갑게 대한다.

대훈의 공장에서 만들어진 자동차 부품은 대부분 국내 자동차 회사에 납품하지만 일부는 외국에 수출한다. 요즘은 오히려 수출물량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수출용 부품이 선적을 위해 포장돼 나갈 때마다 대훈의 마음은 뿌듯했다.

하지만 국내외적으로 점점 거세지는 가격 경쟁 때문에 대훈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생산원가를 한 푼이라도 낮추기 위해 값싼 원자재를 찾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일대에 발품을 팔러 다니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대훈은 외국 출장을 나갈 때마다 점점 높아지는 한국의 위상에 새삼 놀란다.

가끔 대훈은 대학생인 딸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곤 한다.

“예전에 한국은 외국으로부터 원조만 받던 나라였는데, 이젠 다른 나라들에 원조를 해주는 나라가 됐단다.”

“또, 애국자 아빠 나오신다.”

“허허, 참 재미있지 않니. 외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해서 자동차 부품을 만들어 다시 다른 나라에 수출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빠 공장에서 일하고 임금을 그들 나라로 보내주고. 반대로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나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 있겠지.”

“그런 걸 ‘글로벌 경제’라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 요즘 대형 마트에 가면 외국산 고기, 과일 등을 비롯해서 각종 공산품까지 싼 가격에 진열돼 있고, 한국 주식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 투자가가 소유하고 있다고 하잖아요.”

“허허, 우리 딸 제법인데.”

“이게 다 아빠 딸인 덕분이겠지요. 그런데 이렇게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나라 간 거래를 어떻게 다 파악할 수 있을까요?”

“글쎄다….”

■ 이해

세계는 글로벌 경제로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한국 전자제품이 외국 판매점의 핵심 코너를 점령하고 있으며, 한국의 크고 작은 판매점에도 어김없이 외국산 제품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외국 회사가 한국에서 영업을 하고, 한국 회사 역시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또 국내에서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한국인 노동자들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자본의 이동은 이미 국경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든 지 오래다.

한국과 다른 나라 간의 복잡한 거래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 위해 ‘국제수지표’를 작성한다. 이것은 일정한 기간(보통 1년)에 일어난 한국의 모든 대외 거래를 요약해 놓은 통계표로서, 이를 통해 한국의 대외 거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국제수지표는 크게 경상거래와 자본거래로 나눠 작성한다.

경상거래는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입 거래나 임금, 이자소득 등의 상호지급 거래, 정부 간 무상 원조 등을 기록한다. 경상거래에서는 재화와 서비스의 거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본거래는 외국과의 직접 투자, 증권 투자 등을 기록한다.

또 각 거래에 수반되는 외화의 흐름을 수취란과 지급란으로 나눠 작성한다.

예를 들어 대훈의 공장에서 수출하는 자동차 부품은 경상 거래 항목에서 외화의 수취란에 기록하고, 수입된 원자재는 외화의 지급란에 적는다. 외국인 노동자 임금의 해외 송금은 지급란에, 해외 한국인 노동자 임금의 국내 송금은 수취란에 기록한다.

만일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구입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은 국내 주식을 외국에 수출한 셈이기 때문에 자본거래 항목에서 수취란에 기록한다. 반대로 한국 사람의 외국 주식 소유는 자본거래의 지급란에 적는다.

일반적으로, 외화의 수취란 금액이 지급란 금액보다 많으면 국제수지 흑자, 반대의 경우는 국제수지 적자가 발생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제수지표는 기술적으로 수취란과 지급란이 언제나 같도록 작성되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듣는 국제수지 흑자와 적자는 경상수지 흑자와 적자를 뜻하는 경우가 많다.

박 형 준 성신여대 사회교육과 교수·경제교육 전공

정리=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