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대구/경북]이 사람/구미시문화예술회관 공영훈 관장

입력 | 2008-04-16 06:30:00


경북 구미시 송정동 구미시문화예술회관 2층 관장실 책상 위에는 명함 500여 장이 통에 들어 있다.

지난달 13일 개방형 직위 공모를 거쳐 부임한 공영훈(55·사진) 관장이 한 달여 동안 구미와 대구지역 등을 뛰어다니며 만난 사람들에게서 받은 것이다. 만난 사람에는 문화예술계 인사뿐 아니라 기업가, 여성단체, 교육계, 언론계 관계자 등 각계각층이 포함돼 있다.

공 관장은 15일 “이명박 대통령께서 20일 일본을 방문할 때 일본 기업이 구미에 투자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한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구미가 산업도시일 뿐 아니라 문화예술도시라는 인식이 생기면 기업 활동을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40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구미문예회관은 1989년 문을 열었다. 당시로는 파격적인 문화예술 전용공간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공간도 20년 가까이 제대로 ‘숨을 쉬지’ 못했다. 구미시가 관장 채용에 개방형 공모제를 도입한 것은 ‘산업도시, 공단도시, 수출도시에 어울리는 문화예술에 생명력을 불어넣자’는 강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대전 출신인 공 관장은 어릴 때 바이올린을 배운 것을 계기로 목원대 음대와 한양대 대학원에서 음악을 공부했다.

이어 대전시립교향악단 창단을 주도하고 민간단체인 한밭교향악단을 창단해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했고, 대학에서는 후학을 가르치면서 20년 넘게 음악과 대중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그사이 오스트리아와 불가리아에 가 지휘 분야 공부를 했고, 국내 대학원에서 행정과 경영을 배웠다.

“부산문화예술회관 공연과장으로 근무하던 중 구미문예회관 관장을 공모한다고 해서 응모했습니다. 구미는 공단이 발달한 지역 정도로 알고 있어서 뭔가 할 일이 많겠다 싶었죠. 와 보니 정말 그렇더라고요. 산업과 함께 문화예술이 활발하면 진짜 괜찮은 도시가 되겠다 싶더군요. 힘이 납니다.”

지금까지 그가 기획해서 개최한 각종 공연은 500회 정도다. 부산문예회관이 2003년에 문화관광부의 전국 문예회관 평가에서 1위를 하는 데도 그의 역할이 컸다.

1990년부터 그가 신문사나 방송사, 문화예술단체 등에서 받은 감사패와 표창은 모두 16회. 의자에 앉아 있지 않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문화예술을 대중과 연결한 노력 덕분이다.

구미에 와서도 회관 부근에 원룸을 얻어놓고 밤늦도록 ‘문화예술의 대중화’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부산에 있는 아파트가 팔리는 대로 가족을 데리고 올 예정이다.

그의 철학은 ‘문화예술도 철저히 고객 지향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 관장은 “청소년부터 주부, 공단 근로자 등 모든 사람이 문화예술의 잠재적 소비자”라며 “구미를 명품 문화예술도시로 바꿔 구미뿐 아니라 대구 시민도 구미에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달 2일 오전 11시에는 구미문예회관에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을 마련한다. 5월 말에는 우리나라 대표적 성악가인 조수미의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