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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사이언스]나는 어떻게 소녀시대를 좋아하게 됐나

입력 | 2008-04-16 18:41:00


작년 가을쯤이었습니다.

절친한 만화작가 한 분이 회사에 찾아왔습니다. 후배 기자 둘과 가볍게 저녁을 먹는데 TV에서 어느 가수의 뮤직비디오가 나오더군요. 후배 하나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배, 재네가 원더걸스인데요, 요즘 인기 정말 좋아요.”

그렇게 원더걸스를 처음 봤습니다. 제가 평소 걸 그룹은 좋아하지 않거든요. 뮤비가 꽤 재미있어서 그 뒤로 유료 음악사이트에서 원더걸스를 찾아서 들어보고 춤도 알게 됐죠.

작년 연말이었습니다. TV 방송에서 연말 가요대축제 이런 거 하지 않습니까.

KBS에서 한 거였는데 생방은 못 보고 인터넷TV로 다시 봤습니다. 솔직히 원더걸스 보려고 일부러 본 겁니다. 하지만 그날 제 눈을 사로잡은 건 소녀시대였습니다.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군무, 깔끔한 댄스와 가창력, 이승철 때부터 좋아했던 귀에 익은 멜로디, 거기다 예술적인 조명까지….

말 돌리지 않겠습니다.

아이고, 귀여운 것들. 보기만 해도 피로가 풀리는구나.

그때부터 인터넷TV를 뒤져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와 과거 음악 방송에서 나왔던 장면들을 찾아봤습니다. 가창력 좋은 태연, 가장 예쁜 윤아, 깜찍한 유리, 여성스러운 제시카, 막내동생 같은 써니…. 한 명 빼놓고는 이름도 다 알게 됐습니다(그룹에서 가수 이름 다 외우는 건 핑클이 마지막인줄 알았습니다).

방송 장면 중 가장 좋았던 건 앞서 말씀드린 KBS의 가요대축제였습니다. 자주 봤습니다. 그런데 소녀시대를 보려면 이상한 남자 4명(원래 5명인데 한 명이 그날 빠짐)의 노래를 먼저 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차츰차츰 그 노래가 제 마음을 강타한 겁니다.

알고 보니 그들은 ‘빅뱅’이었고, 노래는 ‘거짓말’이었습니다. 노래도 좋고, 감성도 나와 맞고, 요즘엔 빅뱅 노래 듣고 삽니다. “I am sorry, but I love you….”

실제로 이 이야기는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의 판매 전략과 비슷합니다. 미끼 상품이라고 하지요. 라면을 아주 싸게 팔아 마트에 라면 사러 오게 한 뒤 다른 상품을 사게 하는 전략입니다. 화장품도 그렇고 옷도 그렇게 팝니다.

전 이소연 우주인이 바로 과학의 미끼 상품이 아닌가 합니다.

우주인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많습니다. 돈 낭비다, 260억짜리 우주쇼에 귀한 세금을 쓴다는 거죠.

솔직히 한국에서 우주인이 나왔다고 당장 우주기술이 발전하지는 않습니다. 우주인이 나왔다고 국가 자존심이 커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어린이와 청소년은 다릅니다. 그들은 이소연 씨를 통해 우주에 대한 꿈을 꾸게 됩니다. 우주에 대한 관심은 과학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그리고 과학자에 대한 희망으로 바뀔 것입니다. 전 그것이 우주인 프로젝트의 가장 큰 수확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260억원보다 훨씬 더 클 겁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지금도 열심히 떠다닐 이소연,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