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를 피하기 힘들었다는 말이 나왔다. 서양에서 불행 불길 파괴 저주 배신을 상징하는 숫자 13이 근거였다.
임무는 1970년 4월 11일 시작됐다. 미국 표기 방식으로는 4/11/70. 숫자 하나하나를 합치면 13이다(4+1+1+7+0).
출발시간은 중앙 표준시(CST)로 13시 13분. 좋지 않은 숫자가 두 번 이어진다. 발사지점은 39구역. 13의 3배이다.
아폴로 13호는 달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플로리다 주 커내버럴 곶의 케네디우주센터를 떠났다.
여행을 시작한 지 이틀째, 우주 비행사들은 달착륙선과 무사히 도킹하자 달 궤도 진입에 앞서 휴식을 취하려 했다.
순간 난데없는 폭음과 함께 우주선이 흔들렸다. 산소 탱크가 폭발했다. 지구로부터 20만 마일(32만1860km) 떨어진 우주공간에서다.
4월 13일, 중앙 표준시로 19시 13분. 나중 얘기지만 지상에서 피해가 생겼으면 복구에 130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정됐다. 13의 저주일까.
제임스 러블 선장이 보고했다. “휴스턴, 여기 문제가 좀 생겼다.(Houston, we've had a problem here.)”
텍사스 주 휴스턴의 우주비행관제센터에 비상이 걸렸다. 1967년의 악몽이 떠올랐다. 첫 유인 우주선인 아폴로 1호에 화재가 나서 3명이 숨졌다.
아폴로 11호 최초 달 착륙(1969년 7월), 아폴로 12호 2차 착륙(1969년 11월)에 이어 낭보를 기다리던 미국이 긴장했다.
우주비행관제센터는 계속 운항하도록 지시했다. 달 인력을 이용해 우주선이 달 궤도를 한 바퀴 돌면 착륙선 엔진을 작동시켜 귀환한다는 계획이었다.
전력의 많은 부분을 상실한 사령선은 지구궤도에 진입할 때 활용하려고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착륙선이 구명정 역할을 하게 됐다.
대기권과의 마찰로 발생할 섭씨 2800도의 고열을 견딜 수 있을까. 방열판이 손상됐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아폴로 13호가 대기권에 진입하고 통신이 끊겼다. 4분이 지났다. 낙하산 3개에 매달린 우주선 캡슐이 태평양의 사모아 섬 남동쪽에 떨어졌다. 4월 17일 낮 12시 6분.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 사례를 ‘성공적인 실패(A Successful Failure)’라고 부른다. 임무수행 실패가 숫자 13 때문이라면 무사귀환 성공은 우주와 지상의 인간이 만든 결과다.
아폴로 13호의 실화를 영화(1995년 개봉)로 다시 보면서 이소연 씨가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기원했다.
송상근 기자 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