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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사이언스]공학교육인증제도 8년, 삼성 외엔 관심없다

입력 | 2008-04-17 19:00:00


올해로 시행 8년째를 맞는 공학교육인증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학생들의 취업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제도로 정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 따르면 현재 공학교육인증을 채용에 반영하는 기업은 삼성 외에는 거의 없다.

한국공학교육학회 송동주 학제이사는 이달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공학교육 포럼에서 더 많은 기업이 공학교육인증을 채용에 반영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도 다음달 23일 제주도 서귀포 칼 호텔에서 열리는 워크숍에서 한국공학교육인증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공학교육인증은 미국의 공학교육인증제도인 ABET을 모델로 해 한국 공과대학의 교육프로그램 기준과 지침을 제시하기 위해 도입됐다. 즉, 이를 이수한 학부생들은 ‘검증받은 엔지니어’로 인정해 산업현장에서 바로 뛸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계공학과 학생이라면 ‘기계공학전문 프로그램’의 지정 필수 과목 108학점을 이수하면 된다. 2001년 동국대와 영남대를 시작으로 2008년 4월 현재 전국 42개 대학의 334개 프로그램이 인증을 받았다.

학교 별 인증 프로그램의 선정과 평가, 기준 제정은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담당한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은 한국공학한림원과 공과대학학장협의회, 전 교육인적자원부, 전 정보통신부 등의 정부기관이 모여 1999년 8월 설립됐다.

현재 공학교육인증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삼성이다. 삼성전자는 공학교육인증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2006년부터 면접에서 최대 10%의 가산점을 주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이를 전 계열사로 확대했다. 삼성전자 인사팀 관계자는 “학교와 협력해 기업이 원하는 실무형 인재를 길러내고, 이러한 분위기를 우리사회 전체에 확산하기 위해 최근 공학교육인증 이수자에 대한 가산점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공학교육인증에 무관심하다. LG전자의 인사팀 관계자는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을 도입한 대학이 적어 이를 반영하기는 어렵다”며 “석·박사 연구원이 아닌 학부생은 기본적인 전공지식만 있다면 특정과목의 이수여부보다 다양한 경험과 역량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공학교육인증에만 매달린 학생들은 프로젝트 수행과 인턴십과 같은 경험이 적어 회사에서 요구하는 실무 능력이 부족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LG전자 인사팀 관계자는 “신입사원의 전공능력과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것은 자체평가방식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개인 자질을 평가하는데 외부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SK C&C 인사 관계자도 “공학교육인증을 이수한 학생들을 눈여겨 지켜보고 있지만, 실무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 커리큘럼이 개선돼야 공학교육인증에 대한 가산점 도입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하대 공학교육혁신센터의 한지영 박사는 “아직은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공학교육인증을 받은 학생들이 더 많이 배출되고, 이들의 우수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 더 많은 업체들이 공학교육인증을 채용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덕 동아사이언스 기자 cyrix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