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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사이언스]한미 FTA에 발목 잡힌 AI 연구

입력 | 2008-04-17 19:02:00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경기 남부까지 확산될 정도로 전국이 비상이지만 정작 이를 막기 위한 과학기술 연구는 한미 FTA 비준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한 관계자는 “검역원에서 1월 AI를 포함한 인수공통전염병 연구과제 20개를 선정하고, 용역을 수행할 외부 연구소 선정까지 마쳤으나 한미 FTA 비준이 늦어지면서 해당 과제들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고 17일 밝혔다. 이 중에는 AI와 관련해 시급히 수행해야 할 연구과제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당시 과학기술부는 AI를 포함해 3대 인수공통전염병을 막기 위한 연구개발(R&D) 예산 50억원을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에 배정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농식품부에 배정된 30억원은 12월 국회 심의를 거치면서 ‘한미 FTA 국회 비준’이라는 전제조건이 붙었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해야만 예산집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당시 기획재정부와 농림부가 예산안을 협의하면서 해당 예산을 ‘한미 FTA 보완대책사업’으로 편성했기 때문이다. 인수공통전염병 연구를 한미 FTA 타결이 미칠 영향에 대비하기 위한 사업으로 간주한 것이다. 농림부 측은 이에 대해 “당시에는 비준이 곧 이뤄질 것이라 예상했다”며 “현재로서는 한미 FTA가 비준을 받지 않는 한 별 방법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농림부에 배정된 R&D 예산은 AI를 비롯해 브루셀라증, 광견병 등 3대 인수공통전염병 연구과제에 투입될 몫이다. 30억원에서 10억원은 검역원의 자체 과제에, 20억원은 외부 연구기관에 배정할 계획이었다.

검역원 관계자는 “한미 FTA 비준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대안을 마련하기 힘들다”며 “그동안 진행해온 연구과제를 중단할 수 없어서 일단 각 과에 배정된 기존 연구사업비를 절감해 십시일반으로 10억원 가량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외부 과제에 대해서는 대책조차 없이 국회 비준만을 마냥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외부 과제로는 AI 바이러스의 진단 시간을 지금보다 2~3배 단축하는 ‘AI 주요 혈청형 감별 유전자칩 개발’ 연구를 비롯해 ‘동물원 및 방사사육 조류에서의 AI 감염실태 조사’, ‘미토콘드리아 DNA를 이용한 AI 감염 야생조류 종감별 DB 구축’ 등이 있다.

한편 한승수 국무총리는 15일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AI와 관련해 “후속조치만 하지 말고 확산을 미리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기존 방식에만 의존해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보라"고 말했다.

서영표 기자 sypy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