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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수준별 학습

입력 | 2008-04-18 03:01:00


학업성취도에 따라 반(班)을 나눠 수업하는 수준별 학습이 학생의 학력(學力)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일본 문부과학성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해 4월 실시한 전국 초중학교 학력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수학의 수준별 학습을 실시했더니 대상 학생들의 실력이 크게 나아졌다는 것이다. 학업성취도가 높았던 그룹이건 낮았던 그룹이건 수준별 학습은 다 효과를 봤다고 한다. 반면 수준별 학습을 하지 않은 학교는 변화가 없었다.

▷수준별 수업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평준화 교육의 폐해 중 하나다. 학교 간, 학생 간 과열 경쟁을 막아야 한다며, 엄연히 존재하는 능력차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학생을 같은 교실에서 일률적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니 앞서가는 학생은 다 아는 내용이라 수업이 시간 낭비가 되고,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 역시 눈만 껌뻑이며 시간 낭비를 해야 한다. 가르치는 교사도 어떤 수준에 맞춰야 할지 고민이고,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에선 중1∼고1 영어와 수학에 한해 수준별로 3개 반 이상 편성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14일 수준별 이동수업 제한조항을 폐지해 시도교육청과 학교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발표하자 성적에 따라 반을 나누는 우열반(優劣班)제도를 실시하자는 것으로 알고 일각에서 비판이 일었다. 중장년층 중엔 우열반 체험자가 적지 않다. 전교 1등부터 꼴찌까지 석차가 학교 정문에 나붙고, 자리 배치도 성적순으로 하던 시절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해 수준별 수업과 우열반은 다르다. 수준별 수업은 우열반과는 달리 과목별로 시행되는 ‘맞춤형 수업’이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교육이다. 국어를 잘한다고 반드시 수학도 잘하란 법은 없다. 학생들이 과목별로 비슷한 실력을 가진 그룹 속에서 서로 경쟁하며 능력에 맞는 수업을 받는다면 전체적인 학습능력은 대체로 향상될 것이다. ‘서울대반’ ‘연고대반’과 같은 우열반의 악몽에 시달렸던 사람들은 지금의 교육현장이 그때와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총체적으로 미래세대의 학력을 높여줄 방식에 반대해서야 될 일인가.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