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때였어. 여자들이 갖고 다니는 노리개 비슷한 ‘카메오’라는 장신구를 봤는데 정말 예쁘더라고. 재료를 알아봤더니 유럽산 조개껍데기였어. 나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거야. 이때부터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온갖 조개를 모으기 시작했지.”
17일 은암자연사박물관에서 만난 이종옥(83) 관장. 50년도 넘은 옛일을 회상하는 팔순 노신사의 주름진 얼굴에서 옅은 미소가 피어났다. 유명한 전통 공예가였던 이 관장이 자연사박물관장으로 변신한 계기는 그렇게 찾아왔다.
○ ‘살아 있는 화석’ 전시
이 관장이 인천 강화군에 자연사박물관을 세운 건 2001년이다. 이 박물관에는 동식물 표본과 화석, 광물이 총 20만 점 모여 있다.
그 가운데 절반이 조개를 중심으로 한 바다 동물이다. 전문가들이 은암자연사박물관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꼽는 대목이다.
“국내 자연사박물관 가운데 어패류를 나만큼 모은 곳이 없을 거야. 일단 전시장으로 올라가자고.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둘러보는 게 빨라.”
1990년대 후반에 문을 닫은 2층짜리 양당초등학교 건물을 개조한 전시장은 연면적 660m²에 이르는 아담한 규모다. 교실과 복도의 벽을 부숴 관람객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맨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유리 전시대 안에 자리 잡은 앵무조개. 몸길이가 20cm쯤 되는 실물이었다. 반짝이는 껍데기는 방금 물에서 건져 올린 것처럼 생생했다.
“모형은 절대 안 갖다 놨어. 진짜 살아 움직이던 것들이 모여 있어야 자연사박물관이잖아.”
賓チ떠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