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영 여자 평영에서 유망주로 떠오른 정다래. 그는 세 살 위의 선배 정슬기와 치열한 경쟁을 하며 올림픽 메달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 울산=홍진환 기자
“4년뒤 올림픽 金 찜했어요”
“어릴 때 물이 너무 무서웠어요. 그렇지만 피하긴 싫었어요. 그래서 물과 싸우기 위해 수영을 시작했죠.”
한국 수영대표팀의 정다래(17·여수 부영여고). 전남 여수 구봉초교 1학년 때 물에 대한 무서움을 떨치기 위해 수영을 시작한 그가 여자 평영의 1인자 정슬기(20·연세대)의 뒤를 이을 한국 수영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정다래는 2월 ‘프레올림픽’으로 열린 중국오픈수영대회 여자 평영 200m에서 정슬기(2분 25초 16)에 이어 2위(2분 28초 32)를 할 때 예선에서 기록한 2분 27초 78로 올림픽 A기준 기록(2분 28초 21)을 통과해 2008 베이징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168cm, 56kg의 체격에 깜찍한 외모로 ‘준비된 수영 스타’로 평가되고 있다.
정다래는 18일 울산 문수실내수영장에서 열리는 평영 200m와 19일 열리는 평영 100m에서 개인 최고기록을 세우겠다는 각오다.
○ 대기만성
정다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수영장이 없어 광양까지 1시간 남짓 차를 타고 가서 50m 정규 풀도 아닌 25m 풀에서 훈련하는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행복하기만 했다. 물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낸 뒤엔 물에서 사는 게 너무 좋았다. 아버지 정성양(43·금호고속 운전사) 씨와 어머니 김정애(43) 씨도 2녀 중 둘째 딸인 다래가 수영을 좋아하자 엘리트 선수로 키우기 위해 적극 후원하고 있다.
수영 입문부터 지난해까지 지도한 안종택(41) HI코리아 감독은 “다래는 유연성을 선천적으로 타고났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고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훈련시켰다. 중학교 3학년 소년체전 때 처음 금메달을 땄는데 그게 다래의 미래를 위해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슬기 언니는 좋아하는 선수이자 라이벌
정다래가 지난해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여자 평영 훈련은 ‘눈물고개’로 불린다. 기록은 정슬기가 앞서지만 훈련 땐 비슷하게 가기 때문. 서로 지지 않겠다는 자존심 경쟁 때문에 한 번의 훈련도 100% 이상의 전력을 쏟는다. 훈련을 마치면 기진맥진해 눈물이 절로 나온다. 이런 경쟁 구도는 한국 수영에 희망을 주고 있다.
독주하던 정슬기에겐 도전자가 생겼고 정다래에게는 정슬기란 ‘역할 모델’이 생겨 기록 단축의 촉매가 되고 있다.
○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이 최종 목표
정다래는 타고난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영법이 좋다. 팔 젓기와 발차기의 콤비네이션이 세계 수준급이다. “수영을 쉽고 부드럽게 한다”는 게 우원기 대표팀 코치의 평가. 아직 파워가 떨어지지만 최근 4kg이나 몸무게를 늘리는 등 힘을 길러 스피드가 향상되고 있어 기대된다.
우 코치는 “이번 올림픽은 경험 삼아 나가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는 확실한 금메달 후보”라고 말했다.
정다래도 “베이징에서도 최선을 다해 A파이널(8강)에 들도록 하겠다. 하지만 최종 목표는 런던 올림픽 금메달”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울산=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