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그면 미인된다는 온천서 쉬면서
사케 스시 기모노 3대명품 즐긴다
《8세기 고대로부터 ‘에치고노쿠니(越後の國)’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니가타(新潟). 일본 최고의 술과 쌀, 기모노를 생산하는 맛의 고장이다. 좋은 쌀은 여름과 겨울의 큰 기온 차에서, 맛있는 술은 깨끗하고 맛좋은 물과 좋은 쌀에서, 화려한 기모노는 하릴없는 겨우내 손 빈 틈을 타 벌인 양잠과 염색작업의 산물이다. 그러니 니가타의 담려(淡麗)한 사케(청주)와 기름진 쌀밥, 고운 기모노는 니가타의 자연이 선사한 선물이자 동시에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막힌 매력이다. 다카다 성(조에쓰 시)의 벚꽃이 환상적인 지금, 그 술과 음식, 그리고 온천을 찾아 니가타로 여행을 떠난다.》
○ 니가타의 술
시바타 시는 니가타 도심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한 골목에 목조 건축의 술도가가 보였다. ‘유메(夢)’와 ‘오몬(王紋)’이란 사케로 이름난 이치시마(市島)주조다. 이곳은 옛 건물을 전시장으로 꾸며 공개하는데 일본에선 흔치 않은 경우다. 이유는 잡균이 침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시도를 한 이는 미국 유학 중 물리학을 전공한 신세대 경영인 이치시마 겐지(41) 사장이었다. 남성 전유물이었던 토지(杜氏·술 빚는 최고 장인)를 여성에게 맡긴 것 역시 같다.
구라(藏)는 술 창고를 개조한 전시장. ‘다루’라는 대형나무 술통(숙성고) 옆에 뒤주 모양의 후네(압착기)가 있고 거기서는 물이 흘렀다. ‘시코미노미즈’라는 주조용 물이다. 사케 제조과정을 그린 도표도 있었다. 판매를 겸한 시음장도 있어 맛을 보고 살 수 있었다. ‘오몬’은 메이지시대에 유럽 왕실 문장을 본떠 가문의 문장을 만들 때 가져온 이름이다.
○ 니가타의 스시 잔마이(三昧)
나는 니가타 사람들이 극구 권하는 ‘기와미(極み)’를 맛보러 니가타 시내로 나섰다. 찾은 곳은 ‘히가시보리 8번지 나베차야 도리이’의 ‘마루이(丸伊)’다. 이 거리는 전통 주택을 개조한 고급 요정가로 ‘오키야’(‘게이샤’라는 기생의 숙소)도 많은 곳이다. 니가타 시내에서는 지금도 게이샤의 요정 출장서비스(춤과 노래공연)를 받을 수 있다. 기와미는 니가타에서 최고 맛을 내는 스시의 통칭이다. ‘스시·갑보((지,기)·割烹)’라고 표기하는 식당 30여 곳에서 맛볼 수 있는데 ‘스시 잔마이(三昧)’에 빠진 미식가 사이에 화제가 될 정도다. 2004년 니가타 향토요리 축제인 ‘쇼쿠노진’ 개막 당시 처음 등장해 현재는 365일 맛볼 수 있는 향토 음식이 됐다.
도자기 접시에 담겨 나온 초밥은 10조각. 광어뱃살, 난방새우(껍질 속이 비치는 북극해새우), 참돔과 게, 오징어, 방어, 성게 알, 연어 알, 고등어 등이 얹혀 있었다. 각 식당이 명예를 걸고 내는 것인 만큼 맛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니가타는 큰 고니가 찾는 철새 도래지로도 이름난 곳이다. ‘백조의 호수’라는 효코가 대표적인데 부근의 ‘가든 하우스 이카라시’도 멋졌다. 곡창 니가타의 만석꾼 집안인 이카라시 가문의 저택을 개보수한 것인데 연못가 정원과 고풍스러운 건물이 멋지게 어울려 결혼식 연회장으로 인기다. 레스토랑도 있는데 일본 최초의 지비르(地Beer·하우스맥주) 시음장도, ‘스완레이크’(Swan Lake·계열사)도 바로 옆에 있다.
○ 호화 극치의 ‘천국을 닮은 온천 료칸’ 가호
사바타 시의 산과 들이 만나는 곳에 자리 잡은 쯔키오카 온천은 ‘미인이 되는 온천’으로 불린다. 유황 성분의 온천수로 몸을 담그는 순간 매끈거림이 일순간에 피부를 감싸기 때문이다. 거기에 자리 잡은 ‘고시노사토(越の里)’의 가호 료칸이 바로 그 초호화 시설이다.
13년간 일본 전국의 온천 료칸을 다녀봤어도 이런 곳은 처음 볼 만큼 인상적이었다. 정식 명칭은 ‘시라타마노유 가호(白玉の湯 華鳳)’. 10층 건물 주변에 연못과 동산을 갖춘 초대형인데 외관도 그렇지만 실내에 들어서면 더더욱 놀란다. 5성급 호텔을 능가하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때문이다.
료칸의 진수라면 객실과 로텐부로(노천탕), 그리고 식사. 널찍한 객실은 통유리창을 통해 정원과 주변의 자연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풍경을 즐기라고 별도의 소파가 놓여 있다. 실내 혹은 발코니(야외)에 설치한 자쿠지는 호사의 극치다. 대욕장과 로텐부로 역시 감탄을 자아낸다. 규모도 초대형이지만 시설 역시 초호화다. 더 멋진 것은 주변 평야와 산이 펼치는 자연의 풍광을 감상하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가이세키 요리도 훌륭했다. 더불어 연못 수변의 객실형 식사 장소도 환상적인 분위기여서 황제의 저녁식사에 견줄 만했다. 니가타 지자케(지방의 술을 이름)를 골라 맛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가격(2인 1실·1인당)은 평일 3만3750엔, 주말 3만7950엔.
니가타=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여행정보
◇찾아가기 ▽니가타=인천에서 대한항공 직항, 2시간 소요. ▽고시노사토=공항까지 택시로 한 시간 소요.
◇웹 사이트 ▽니가타
△현 관광협회=www.niigata-kankou.or.jp
△시청=www.city.niigata.jp 025-241-7914
△쇼쿠노진=www.shokuno-jin.com
▽술 △일본양조협회=www.japansake.or.jp
△마노쓰루=www.obata-shuzo.com
△이치시마양조=www.ichishima.jp
△호쿠세쓰주조=www.sake-hokusetsu.com △카브도치=www.docci.com
△스완레이크 맥주=www.swanlake.co.jp
▽음식 △기와미=www.sushi-kiwami.com
△마루이=www.sushi-marui.com
△가든 오브 이카라시=www.swanlake.co.jp
▽온천 △고시노사토=www.koshinosato.com
△료칸 가호=www.kahou.com
▼양조장 96개…사케 500종… 배우 드니로 전용술-에어프랑스 기내용까지 내놔▼
니가타의 양조장은 96개. 여기서 생산되는 사케 브랜드만 500종이다.
이번 여행길에 아주 특별한 두 개를 발견했다.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드니로를 위해 만든 ‘YK35’와 에어프랑스가 제공(비즈니스 클래스 이상)하는 마노쓰루(眞野鶴)다. YK35는 135년 역사의 진보적인 술도가 호쿠세쓰(北雪) 양조장의, 마노쓰루는 일본전국품평회에서 6년 연속 금메달을 받은 술도가 오바타의 대표 브랜드로 모두 니가타의 부자 섬, 사도에서 생산된다. 두 사케에는 재미난 스토리가 있다. 20년간 호쿠세쓰 사케를 취급해 온 글로벌체인 레스토랑 ‘노부’의 창업자 노부는 호쿠세츠의 하즈 후미오(49) 사장과 친구사이다. 그런데 노부 레스토랑은 로버트 드니로의 투자로 일약 화제가 됐던 곳으로 노부와 로버트 드니로 역시 친구 사이였다. 결국 노부를 통해 두 사람도 친구가 됐고 일본 음식을 좋아한 드니로가 10년 전 호쿠세쓰를 방문했다. 그때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특별한 술을 만들게 됐는데 그것이 ‘YK35’다. YK35란 이 술에 들어간 효모의 명칭이다. 호쿠세츠는 YK35를 400L 술통 5개로 빚어 판매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로버트 드니로 전용이란다.
마노쓰루의 사연은 이렇다. “‘기내에서는 왜 사케를 안 주지?’ 이런 아버지 말씀을 듣고 곧바로 에어프랑스에 전화를 걸어 에어프랑스의 기내서비스로 사케를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랬더니 한참 뒤에 초청하더군요. 여러 제품이 참가한 사케 품평회였는데 그때(2001년) 마노쓰루가 선정된 겁니다.” 여사장 오바타 루미코 씨의 말이다.
와이너리 ‘카브도치(CAVE D'OCCI)’도 인상적이었다. 니가타 시 외곽의 사구해안 근방에 조성된 포도원으로 사장 오치키 이치로(60) 씨의 16년에 걸친 집념의 결실이다. 그는 1970년대 중반 3년간 독일 양조학교에서 고생 끝에 배운 기술로 포도주를 생산하고 있다. 주말이면 가족 여행지로 붐비는 니가타 시의 명소가 된 지 오래다. 독일 스타일의 집 몇 채에 이탈리안 및 독일풍 식당, 독일제 오븐을 이용한 빵집, 기념품 상점 등이 있다. 그는 노하우를 전수받은 직원이 독립해 카브도치 옆에 포도원을 일구도록 하는 식으로 이곳을 와인 명소로 가꾸고 있다.
니가타=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