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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슈바이처’ 선우경식 요셉의원 원장 별세

입력 | 2008-04-18 17:17:00

18일 별세한 선우경식 원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선우경식 요셉의원 원장은 1969년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킹스브룩 주이스 메디컬 센터에서 내과학을 전공했다.

귀국 후 한림대 병원에서 근무했다. "전문의가 없으니 일주일에 한번만 와서 도와 달라"는 대학 후배들의 요청으로 1983년부터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무료 진료를 시작했다.

4년 뒤, 그는 무료 자선 병원인 요셉 의원을 세우고 본격적인 봉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난한 환자를 도와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무료 진료 사업을 시작했다. 힘들고 어려울 땐 차라리 병이라고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때도 있었지만 돈이 없어 아프다는 말도 못하는 환자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개원 한 달 만에 1000만 원의 적자가 났다. 주변에서는 석 달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얘기했다. 그는 직접 쌀과 의약품을 얻어왔다.

후원인이 늘면서 병원은 서서히 자리를 잡았다. 1997년에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역사 뒤편 쪽방촌으로 옮겼다.

병원 외에 알코올중독자의 재활센터인 '목동의 집', 환자재활을 위한 '요셉의원 재활센터'를 갖췄다.

요셉의원을 거쳐 간 환자는 42만 명. 노숙자, 외국인 노동자, 저소득층 환자 사이에서 '영등포 슈바이처'로 불렸다.

제1회 한미 참의료인상, 카톨릭대상, 호암상 사회봉사상, 대한결핵협회 복십자대상을 받았다. 결혼을 하지 않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했던 선우 원장은 투병 중에도 틈나는 대로 병원을 찾았다.

요셉의원 관계자는 "2006년 위암 수술을 받은 뒤 통원치료와 입원치료를 반복하면서도 병원을 찾는 일을 잊지 않으셨다. 몸이 조금만 괜찮아졌다 싶으면 병원에 나와 직접 환자를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처음 의학을 공부하며 사람을 살리는데 이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밤늦게 퇴근하는 길, 길가에 쓰러져 있는 환자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 치료하고 나면 한 사람을 더 살렸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다.'

지난해 개원 20주년을 맞아 지인들에게 보낸 글이다. 이렇게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려던 선우 원장이 18일 새벽 4시 뇌출혈로 하늘나라로 떠났다. 향년 63세.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 영안실. 장례는 사회복지법인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장으로 치른다. 21일 오전 9시 천주교 서울대교구 명동성당에서 장례미사가 열린다. 02-590-2352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