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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春蠶到死絲方盡

입력 | 2008-04-22 02:52:00


春(춘)은 원래는 싹이 땅을 뚫고 나온 모습의 글자인데 지금의 형태로 많이 변모했다. 春暉(춘휘)는 봄볕으로 어머니의 은혜를 비유하며, 春夢(춘몽)은 봄날 잠시 자며 꾸는 꿈으로 空想(공상)이나 妄想(망상)을 비유한다.

靑春(청춘)이나 春秋(춘추)처럼 나이나 해의 뜻, 春畵(춘화)처럼 정욕의 뜻도 있다. 蠶(잠)은 누에이다. 到(도)는 이르다의 뜻이다. 絲(사)는 실 묶음을 중복시킨 글자이다. 누에가 토해낸 명주실로 실을 통칭한다. 가늘게 생긴 것이나 현악기를 가리키기도 한다.

雙關語(쌍관어)란 어떤 글자에 음이 같은 다른 글자의 뜻이 더해져 이중의 뜻을 가지는 글자를 가리킨다. 이런 쌍관어를 쓰면 함축미가 강화된다. 絲(사)는 실을 가리키지만 음이 같은 思(사)의 뜻이 더해져 그리움이나 사모함의 의미가 내포된다. 蓮(련)을 따는 것이 憐(련) 즉 사랑을 구한다는 뜻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또 끝을 뜻하는 終(종)과 음이 같은 鐘(종)을 남에게 선물하지 않는 것도 그 이치가 같다.

方(방)은 ‘비로소’에 해당하며 행위가 일정한 조건을 갖추었을 때 발생함을 표시한다. 盡(진)은 손에 솔을 들고 그릇을 씻는 것을 나타낸 갑골문에서 변모했다. 그릇이 비었다는 본뜻에서 消盡(소진)이나 賣盡(매진)처럼 없어지다 또는 끝나다의 뜻이 나왔다. 盡忠(진충)이나 盡力(진력)처럼 다하다의 뜻이 있고, 盡善盡美(진선진미)처럼 정점에 이름을 뜻하기도 한다.

목숨이 다할 때까지 변치 않는 굳은 애정을 표현했다. 이어서 “밀초는 재가 되어서야 비로소 눈물이 마른다”고도 하였다. 그 애정이 국가를 향한 것이라면 애국열사가 될 수도 있겠으나, 이 구절은 唐(당) 李商隱(이상은)의 연애시 ‘無題(무제)’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