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중소기업에서 내 미래를 설계하고 싶습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토대가 아닐까 싶고요.”
경북 포항의 포항제철공고 산업전자과 3학년 안현기(18) 군은 구미시에 있는 전자제품 제조 중소기업인 ㈜에이알텍과 인연을 맺었다.
안 군은 다음 달부터 학교와 기업 현장을 오가며 내년 2월 졸업 때까지 ‘기업맞춤형’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포철공고는 지난주 중소기업청의 지원으로 전국의 14개 유망 중소기업과 ‘현장 맞춤형’ 교육 협약식을 열었다.
이 협약식에는 에이알텍을 비롯해 대구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씨엘게임즈, 영천의 기계부품 제조업체인 ㈜혜성, 서울의 온라인게임업체인 ㈜이쓰리넷 등이 참여했다.
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생산자동화과정 7명, 전기전자과정 11명, 정보통신과정 12명 등 3학년 30명.
학생들은 100만 원가량인 연간 등록금을 면제받으면서 기업현장 교육을 받는다. 졸업 후 2년 동안 해당 기업에 취업을 할 경우 병역 혜택을 비롯해 대학 진학 때는 등록금을 지원 받는다.
1971년 개교한 포철공고는 지금까지 1만2000여 명의 기술 인력을 배출했으며 졸업생들은 포항제철 등 주로 대기업에 취업해 왔다.
이 학교가 중소기업 맞춤형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유는 중소기업 현장의 기술 인력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에이알텍의 이현달 총무부장은 “우수한 공업계 고교 졸업생들이 대학에 바로 진학하거나 대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며 “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공업계 고교 학생들이 중소기업에서 얼마든지 꿈을 키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포철공고는 이 프로그램으로 받는 지원금 1억2500만 원으로 교재를 개발하고 기업맞춤형 기자재도 구입할 계획이다.
박일수 교감은 “중소기업과 학교가 공동으로 교재를 개발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라며 “기업이 원하는 인재 육성에 관심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 남구 대명4동의 경상공업고는 아예 학교 안에 ‘유망 중소기업’을 만들었다. 이 학교 토목정보과 교사 7명과 학생들은 2006년 10월 학교 법인의 이름을 딴 ‘일용ENG(엔지니어링)’라는 기업을 설립했다.
토목 분야 설계와 측량 사업을 외부의 전문업체와 함께 시행해 지금까지 순수 매출액을 3000만 원가량 올렸다. 이 중 일부는 학교 장학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 학교는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기업 지원사업에 응모해 일용ENG 사례를 발표해 최고인 A등급을 받았다. 덕분에 3억5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기로 18일 확정됐다.
이곳의 올해 매출 목표는 8000만 원. 경상공고 조창대(46) 산학협력부장 교사는 “지원금으로 그동안 못했던 기술자를 채용하고 첨단 장비를 마련하면 매출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본다”며 “3년 안에 완전자립형 기업을 만들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