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부동산 기자로 일하다 보면 주변에 집이 없는 사람들로부터 “지금 집을 사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물론 이들은 일정 부분 대출을 받으면 주택을 살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능력은 있다.
이에 대해 기자는 “가급적이면 집을 사라”고 권유한다.
그러면 지인들은 나름대로 파악한 현재의 부동산 시장 동향을 설파하면서 기자의 판단이 틀린 것 같다는 주장을 편다. 집값이 2006년 12월 고점(高點)을 찍은 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민간 아파트가 나오면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곁들인다.
이 문답에 대한 정답은 신(神)만이 알까 아무도 모른다.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고 미래 집값을 예측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전문가들도 향후 집값을 쉽게 점치지 못한다. 기자의 권유도 불완전한 하나의 의견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기자가 “지금 집을 사라”고 권한 것은 이 같은 ‘미래의 불가측(不可測)성’ 때문이다.
앞으로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무주택자에게는 4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집을 샀는데 집값이 오르는 경우와 내리는 경우, 집을 사지 않았는데 집값이 오르는 경우와 내리는 경우 등이다. 이 가운데 집을 샀는데 집값이 오르거나 집을 사지 않았는데 집값이 내리는 경우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집을 샀는데 집값이 내리거나 집을 사지 않았는데 집값이 오르는 경우에는 문제가 커진다. 집을 샀다가 값이 내리는 것과 집을 사지 않았다가 집값이 오르는 두 가지 경우 중에서 어느 쪽의 경제적 손실이 더 큰지 정확히 따지는 것은 어렵고 개인에 따라 체감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의 부동산 개발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집을 샀다가 값이 내려 고민했던 사람보다는 주택 구입을 미루다가 값이 폭등해 난감해했던 무주택자가 훨씬 많았다는 공감대는 있다.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았던 외환위기 때도 집값이 내렸다가 2000년대 들어 원상태를 금방 회복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서울 강남권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집값이 일부 내리는 등 집값이 비교적 안정세였다. 하지만 2005∼2006년 폭등한 정도를 감안하면 이 지역의 집값은 아직도 많이 올라 있는 상태다. 과거 집값이 안 오르기로 유명했던 서울 노원구 등 강북지역은 이 시기에 집값이 급등해 서민들만 피해를 봤다. 불과 2, 3년 전 집값이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사람들로서는 올라 있는 현재의 집값을 인정하기가 싫을 것이다. 하지만 집값은 수요와 공급 등 객관적인 시장요인에 따라 결정될 뿐 개인의 ‘현실 수용 여부’와는 무관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