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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 벽 허물고 자율과 경쟁 원칙으로”

입력 | 2008-04-24 02:58:00

3월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통합한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다. 세계적 추세에 따른 방송과 통신의 융합과 부실한 공영방송 제도의 개선 등 민감한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신문 방송 겸영 OECD國 중 한국만 불허… 靑 “지상파도 대상”

○방송 통신 융합 대통령 직속 방통위, 인터넷TV 등 추진 본격화

○공영방송 개혁 일부 민영화 전망… ‘多공영 1민영’체제 바뀔 듯

○신문법 재개정 독소조항 많아… 공정위 “신문고시 개정 방침”

○언론단체 정리 신문발전위-유통원 등 예산낭비 기구 통폐합

“대립과 규제에서 자율과 시장 경쟁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4일 제52회 신문의 날(7일) 기념 축사에서 “신문이 방송 통신과 협력해 매체로서의 기능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자”며 “이를 위해 올해 안에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을 재정비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는 비판 신문과 대립각을 세워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을 만들고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으로 기자실에 대못질을 하는 등 법과 제도를 동원해 언론을 규제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언론 시장의 자율화와 활성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정책을 펼치면서 신문방송 겸영 허용, 언론단체 통폐합 등 신문법 재개정, 신문고시 자율화, 방송 통신 융합 정책, 불필요한 언론 시장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 柳 문화 “신문 방송 겸영 일부 허용”

신문 방송 겸영은 이명박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공약대로 진행될 것이며 신문의 방송 겸영 대상에서 지상파가 제외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신문 방송 겸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 한국만 제외하고 모든 나라에서 허용하고 있다. 겸영 금지는 5공 당시 언론통폐합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방송과 통신, 방송과 신문 등 미디어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겸영을 금지하는 것은 낡은 패러다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산업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뉴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방송시장 개방은 필요하다”며 “경쟁을 통해 방송시장을 혁신하면서 지나친 상업화나 독과점은 사후 제도로 규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신문법 개정안에서 신문시장 점유율 20% 미만인 신문사가 방송사 지분의 20% 이하를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신문 방송 겸영을 일부 허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화부는 올해 정기국회 때 겸영 금지 해제를 담은 신문법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 방송통신 융합과 방송정책의 변화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합친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출범했다. 방통위는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로 미국 방송통신위원회(FCC)를 모델로 구성됐다. 방통위가 대통령 직속기구가 된 것은 이전 방송위가 독립성을 명분으로 민간 합의제 행정기구로 출범했는데도 청와대 정치권 시민단체 방송사노조의 눈치를 보며 책임 행정을 구현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비롯됐다.

방통위의 출범과 동시에 인터넷TV(IPTV) 시행령 제정 등 방송통신 융합 과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취임사에서 “올해를 ‘방송통신 융합시대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며 “방송과 통신의 칸막이를 헐어 그 융합의 시너지로 국가 경제를 살리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다(多)공영 1민영’ 체제인 방송 구도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지난 정권에서 타당한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 공영방송(KBS MBC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과 광고로 운영되는 민영방송 간 규제를 차별화하고 공영방송의 재원 구조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KBS EBS 등을 공영방송으로 정해 별도의 경영위원회에서 관리 감독하는 국가기간방송법을 내놓은 바 있다. 아울러 MBC나 KBS 2TV의 민영화 등도 본격 거론될 것으로 전망된다.

○ 올 국회서 신문법 재개정될 듯

2005년 1월 국회를 통과한 신문법은 신문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하고 언론사의 경영정보를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하는 등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조항이 많았다. 헌법재판소는 시장점유율 제한 조항에 위헌 결정을, 한 신문사가 다른 신문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언론중재법에서는 제3자가 보도에 대해 시정권고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이 논란을 낳았다. 문화부는 올해 정기 국회에서 이 두 법을 정비할 방침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신문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논란을 빚었던 신문고시도 시장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개정된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신문협회를 비롯한 언론단체를 상대로 신문고시의 바람직한 운용 방안에 대한 여론수렴 절차에 들어갔다”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신문고시를 개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2003년 5월 신문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신문고시를 개정한 뒤 비판 신문 위주로 무가지 제한 규정 준수 여부 등을 강도 높게 조사해 편파 논란을 낳았다.

○ 문화부, 신문 단체 통폐합 검토

노무현 정부 때 신설된 신문발전위원회(신발위) 등 신문 관련 단체의 통폐합도 거론되고 있다.

신문법에 근거해 신발위와 신문유통원이 출범했으나 두 단체는 한국언론재단, 지역신문발전위원회(지발위)와의 업무 중복을 초래해 ‘세금 낭비 논란’을 낳았다. 한국언론재단 신발위 유통원 지발위는 지난해 모두 1500억 원의 예산을 배정받았으며 문화부는 지난해 이들 단체의 통폐합을 검토해왔다.

한나라당이 지난해 내놓은 신문법 개정안에서는 신발위 관련 규정이 모두 삭제됐고 대통령직인수위에서도 신발위를 통합 대상으로 꼽았다. 문화부 관계자는 “신발위나 지발위 등은 신문법에 근거한 법정 기구여서 기구 통폐합은 신문법 개정과 맞물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원도 신문배달망이 제대로 형성된 대도시에 필요하지도 않은 공배 센터를 개설한다는 지적에 따라 통폐합 대상으로 꼽히고 있으며 존속하더라도 기능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유통원 지원금을 230억 원에서 207억 원으로 축소하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117억 원을 삭감한 90억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유 장관은 지난달 14일 기자회견에서 “신문을 받아보기 어려운 섬이나 오지 외에 다른 대도시까지 배달을 지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전국에 개설된 공배센터는 서울 102곳을 비롯해 인천 26곳, 부산 23곳, 대구 9곳, 대전 17곳 등 모두 307곳으로 이 중 수도권과 대도시의 공배센터가 70%가 넘는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언론단체장 코드인사 ‘盧의 사람들’ 곳곳에

일부선 내부 퇴진 운동… 거취 주목▼

미디어 관련 주요 공공기관 단체장이름직책임기 만료주요 경력강기석신문유통원장2008년
10월경향신문 편집국장

장행훈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2008년
10월아태평화재단
사무총장윤형식한국정책방송원장2009년
3월청와대 행정관정연주KBS 사장2009년
11월한겨레신문 논설주간권영후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장2010년
12월국정홍보처
정책홍보관리실장

박래부한국언론재단
이사장2010년
12월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

노무현 정부 때 공영방송 KBS나 언론 단체의 수장으로 임명된 이들의 거취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특히 어느 분야보다 지난 정권의 이념과 정책에 보조를 맞춘 ‘코드 인사’의 대표 케이스로 손꼽히고 있다.

KBS 정연주 사장은 최근 KBS 내부의 퇴진 요구에 직면해 있다. 노조는 정 사장이 재임 5년간 15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며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22일 비대위를 출범하고 사장 퇴진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중견 간부가 주축이 된 공정방송노조 역시 출근저지 등 사장 퇴진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은 임기를 마치지 않으면 KBS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정 사장의 해명에 대해 “정권의 힘을 입고 들어온 정 사장이 정치적 독립성을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은 대선이 끝난 1월에 임명돼 ‘막판 보은 인사’라는 논란을 낳았다. 그는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 출신으로 여러 차례 노 정권을 옹호하는 칼럼을 썼다. 지난해 1월 22일자 칼럼에서 그는 “나만 참여정부를 지지하고 있다는… 지금은 건국 이래 가장 민주적인 사회다. 대통령은 예전에 비해 많은 권력을 놓았다”고 썼다. 언론재단 정운현 연구이사는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친일문제와 관련해 지난 정권의 코드에 발맞춰 왔다. 세계일보 출신의 김국수 사업이사는 노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이다. 언론재단 노조는 당시 이들 인사가 임기 말 보은 인사라며 이사회를 한 차례 무산시키기도 했다.

권영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장도 노무현 정부의 언론 정책을 총괄한 국정홍보처 정책홍보관리실장을 지냈다. 그가 원장 직에 공모하자 이미 내정됐다는 말이 나돌면서 ‘보은 인사’논란이 일었다.

올 10월 임기 만료되는 장행훈 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과 강기석 신문유통원장도 ‘코드 인사’의 사례로 꼽힌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