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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환 명성교회 담임목사 “나눔과 봉사만이 한국교회의 살 길”

입력 | 2008-04-24 02:58:00

새벽기도를 통해 명성교회를 세계 최대 장로교회로 키운 김삼환 목사는 “한국 기독교의 장래는 봉사와 섬김에 있다”고 강조했다. 전영한 기자


한국 개신교회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평양 대부흥’ 10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마친 개신교계는 이를 계기로 또 한 번의 부흥을 도모하려 했으나 리더십 부재와 ‘무례한 기독교인’에 대한 반발 여론 확산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이에 따라 일부 뜻있는 목회자와 신도들을 중심으로 나눔과 봉사를 결의했고, 그 선두에 명성교회 담임목사인 김삼환(63) 목사가 있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교회봉사단은 최근 임원회 연석회의를 열어 기름유출 사고로 고통을 겪고 있는 충남 태안 일대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봉사 및 태안경제 살리기 등 후속사업 추진을 결의했다.

―기독교에 대한 견제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데….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방식으로 선교를 하는 데서 그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가 경제 문화적으로 성숙한 것에 맞춰 선교 방식도 ‘지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교회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을 전후해 이런 여론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데….

“역대 대통령 가운데는 불교 신자도 계셨지만 교회가 이를 문제 삼은 적은 없었습니다. 이 대통령께서도 기독교인임을 너무 의식하시지 않고 편안하게 신앙생활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개신교계의 건전한 교단들은 권력을 이용하려 하지도 않고 가까이 하지도 않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로 되는 것이지 대통령의 권력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기독교인 집단 피랍 사태를 계기로 한국 교회의 ‘공격적 해외선교’에 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교회 재정의 40% 이상을 선교 봉사비로 쓰고 있는 목사님의 생각은….

“선교에는 오랜 인내가 필요하고 사회가 다 같이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용어와 방식을 사용해야 합니다. 또 선교 대상이 위협을 느끼거나 불안해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28년 전 당시 서울 변두리의 상징이다시피 했던 강동구 명일동 버스 종점의 상가 3층 건물 한 귀퉁이에 문을 연 명성교회는 현재 재적 성도 9만5000여 명에 4만5000여 명이 출석하는 세계 최대의 장로교회로 성장했다. ‘명일동의 소리’인 ‘명성(明聲)’이 ‘세계의 소리’가 된 것.

―교회 성장의 비결은….

“역설적으로 ‘성장’을 목표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장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웃음) 교회는 ‘작아도 큰 교회’가 있고, ‘크지만 작은 교회’가 있으며, 교회의 온전한 사명과 기능을 다하는 ‘작지만 아름다운 교회’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명성교회는 아직은 ‘크지만 작은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꼭 필요한 교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명성교회의 대표 브랜드는 아무래도 ‘새벽기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매일 이른 새벽 5000∼6000명이 참석하고, 특별 새벽집회 때는 4만∼5만 명이 참석하는 장면을 보고 외국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비결은….

“처음 목회를 시작할 때 부흥회를 할 만한 돈도 없고 강사를 모셔올 수도 없어 새벽에 성경공부를 시작한 것이 발단이 됐고,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실시하면서 놀라운 부흥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 교인들은 거의 대부분 ‘새벽형 인간’입니다. 그러니 생활이 건실해집니다. 주말이면 아이들까지 포함해 온 가족이 나오니 가정의 화목도 동시에 얻게 되지요.”

그는 국내 최초의 민영 교도소인 ‘아가페(Agape)기독교교도소’ 이사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기독교의 사회적 역할에도 관심이 많다.

―아가페교도소의 취지와 목표 및 추진 일정은….

“전과자에게는 교도소가 교정기관이 아닌, 평생직장이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15년 전 교계에서 설립을 제안한 이래 지난해 관련 법안을 마련했고, 경기 여주시 북내면 일대에 6만5000여 평의 터를 마련해 5월 초순에 기공식을 하게 됩니다. 2년 후 교도소가 완공되면 성인 남성 300여 명을 수용해 현재 50%에 달하는 재범률을 4% 이하로 경감시킨다는 목표입니다.”

그는 젊은 목회자 시절 정부의 동아일보 광고 탄압에 맞서 ‘격려 광고’를 낸 열혈 목회자였다. 요즘 언론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노무현 정부 시절 이 나라의 가치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양대 산맥이 언론과 교회입니다. 앞으로도 나라를 위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되, 민족의 먼 장래를 위해 국민의 인격과 나라의 국격(國格)을 높이는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합니다.”

―목사 이전에 ‘자연인 김삼환’의 소망은….

“농촌 출신이어서 그런지 전원생활에 관심이 많습니다. 하루하루 매사 감사하며 살면서 후손들에게 좋은 나라를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부족하다고 여기는 부분도 있으실 텐데….

“진실로 말씀드리지만 제가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특히 말을 못해요. 오죽하면 학창 시절 말을 더듬어 물건을 훔친 것으로 오해받은 일도 있었겠어요? 그래서 저는 설교를 모두 적어서 합니다. 이런 저를 들어 쓰시는 하나님이 참 대단하시지요. 또 어려서 차별을 많이 받고 자라서 그런지 욱하는 게 있고, 가난하게 자란 탓에 잘 씻지를 않습니다.(웃음)”

그는 교회의 일치와 협력을 위해 조만간 와병 중인 천주교 김수환 추기경을 찾아뵙고 인사를 여쭙겠다고 다짐했다.

인터뷰=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