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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정옥자]훼손된 국가 정통성 되살아났나

입력 | 2008-04-24 02:58:00


올해는 대한민국이 탄생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동양사회에서 환갑(還甲)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지금은 평균수명이 길어져 환갑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지만, 사람에게 있어 환갑은 축하할 일로 잔치를 크게 벌이는 경사이다. 또한 자신의 인생을 총결산하고 앞으로의 인생을 점검해 보는 전환점이다. 나라에 있어서도 환갑은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런 경사스러운 해에 공교롭게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였다. 국제환경은 세계화이다. 이같은 세계화 시대에 실용주의로 무장하고 선진화를 통한 세계일류국가를 달성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목표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전망을 통해 국가의 생존전략을 치밀하게 짜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다.

우선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대한민국의 국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왔다. 1919년 나라가 망한 지 9년 만에 일어난 대대적인 민족독립운동인 3·1운동은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공학자 중에는 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출범이 건국이고 1948년 8월 15일은 정부 수립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건국 60년은 자랑스러운 역사

어쨌건 대한민국은 대한제국의 국호에서 제국을 민국으로, 군주주권에서 국민주권으로 바꾼 것이다. 조선말기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 탄생한 대한제국은 구본신참(舊本新參·옛 것을 근본으로 삼고 새로운 것을 참고한다)과 민국(民國) 건설을 통치이념으로 하였다. ‘대한’은 삼한, 즉 옛 삼국의 영토를 모두 아우른다는 뜻이 담겨 있고 ‘민국’ 이념은 18세기 영·정조 이후 중요시된 소민(小民), 즉 백성 위주의 국가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결국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그리고 대한제국에 닿아 있는 것이다.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한 것 자체가 정통성을 획득한 계기가 된 것이다. 북한이 차선으로 조선을 국호로 삼은 사실과 대비된다.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임시정부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금이 간다는 말이다.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1세기를 돌아보면 감개무량한 일이다. 역대 정권은 빛과 그림자를 던지면서 산업화 민주화를 이끌었고 이제 세계 일류국가를 지향하는 선진화의 길목에 섰다. 이런 성취의 주역은 당연히 우리 국민이다. 36년간의 망국의 설움과 일제의 억압, 6·25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잘살아보겠다는 국민적 염원이 분출하여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이런 국민의 에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극한적인 좌우의 이념 싸움을 종식시켜 국민 통합을 이루어 내야 한다. 그리하여 잘살아보겠다는 국민적인 잠재력을 한 단계 고양시켜 고품격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소위 일류 국가는 경제력을 기초로 한 품격 높은 국가를 말한다. 국가의 품격은 곧 국민의 품격이다. 국민이 얼마나 인간다운 삶의 방식과 자존심을 갖고 품위 있게 살아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원천이 되어야 하고, 그 역사는 피침과 저항, 분단의 근현대사 인식을 넘어 전통시대, 평화의 시대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근대 이전 평화의 시대에 문화 중심국으로 우뚝 선 시대를 전범으로 삼아 세계 평화운동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특히 평화의 역군으로서의 사명감이 중요하다고 본다.

국민통합 이뤄야 무한경쟁 생존

지금까지 민족주의는 제국주의에 대응하는 수단이 되었지만 투쟁의 논리라는 면에서는 제국주의의 쌍생아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제국주의가 시들면 민족주의도 점차 퇴색하겠지만 민족이라는 단위가 무의미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 시대의 무한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선진 일류국가가 되기 위해서라도 민족과 국가단위로 응집력을 키우지 않으면 자기 해체의 위기가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에서의 의무와 역할에 적극적이어야 할 단계에 도달하였다고 생각한다. 도움을 받는 데 익숙해 있던 관행에서 과감하게 탈피하여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대접받는 나라가 될 것 아니겠는가? 이런저런 다짐과 함께 올해는 대대적인 국민 축제로 나라의 환갑날을 맞았으면 싶다.

정옥자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