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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육정수]‘나이트 호크’의 퇴역

입력 | 2008-04-24 02:58:00


적(敵)과의 공중전에서 먼저 보고, 먼저 쏘고, 먼저 떨어뜨릴 수 있다면 승부는 끝난다. 그 꿈을 전투기 개발에서 실현한 것이 스텔스기(機)다. 스텔스는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게 전투기를 은폐하는 기술이다. 적의 레이더가 내보낸 탐지전파를 전투기 표면이 흡수하거나 반사되어 되돌아갈 때 교란을 일으키는 방법을 쓴다. 이 기술은 베트남 및 중동 전쟁 때 낭패를 본 미국 주도로 1970년대 중반부터 극비리에 개발돼왔다.

▷미국이 첫 작품으로 1982년 F-117A 나이트 호크를 공군에 배치했다. 그러나 F-117A가 한 장의 사진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6년 뒤인 1988년이었다. 그동안엔 모양이나 위력 등이 일절 비밀에 부쳐졌다. 이 스텔스기는 다시 3년 뒤인 1991년 걸프전쟁에서 가공할 위력을 보여줬다. F-117A 40여 대가 ‘사막의 폭풍’ 작전 초기에 이라크의 촘촘한 방공망을 뚫고 사흘 만에 주요기지 80% 이상을 파괴했다. 단 한 발의 미사일이나 총탄도 맞지 않은 채였다.

▷F-117A가 21일 26년 만에 퇴역했다. 마지막 비행을 한 마이클 드리스콜 대위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화려했던 순간은 지난해 북한 상공에서 김정일 정권을 상대로 무력시위를 한 것”이라고 했다. F-117A의 퇴역은 스텔스기 분야에서 F-22 랩터가 2010년 이후까지 단독 활약할 것임을 예고한다. 공대공(空對空) 전투능력이 뛰어난 F-22는 2004년부터 미 공군에 배치됐다. 이제 ‘5세대 전투기’이자 ‘마지막 전투기’라는 최첨단 F-35 라이트닝Ⅱ 시대가 다가온다. 미 록히드마틴사 중심으로 9개국이 공동개발 중이다.

▷일본은 100대의 F-22기 도입을 미국과 교섭 중이다. 중국도 스텔스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의 핵 및 미사일도 여전한 위협이다. 머지않아 동북아 국가들의 공군력에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스텔스는 스텔스로 대처해야 한다. 문제는 어느 나라나 이 기술을 엄격히 극비로 관리한다는 점이다. F-22나 F-35의 도입 검토 외에 우리 스스로 기술 개발에 나서지 않는다면 10∼20년 후 ‘안보 열등생’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