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국방의무를 다하기로 한 제 결정에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도 기뻐하실 겁니다.”
지난달 네팔에서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중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박형진 대령의 아들 박은성(25·사진) 상병은 조기 전역을 할 수 있는데도 군 복무를 끝까지 마치기로 했다.
23일 육군에 따르면 박 상병은 부친의 순직으로 병역법 관련규정에 따라 조기전역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본인 희망으로 8개월 남은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하기로 결정했다.
현행 병역법 62, 63조는 부모나 배우자, 형제자매 가운데 전사자 및 순직자가 있으면 군 복무기간을 6개월로 단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박 상병의 경우 현재까지 6개월 이상 복무했기 때문에 원하면 곧바로 전역할 수 있다.
미국 리버티대 건강증진학과를 졸업하고 지난해 1월 입대한 박 상병은 현재 경기 포천시의 6포병여단 관측대대에서 의무병으로 복무하고 있다.
일과 후에는 대대 군종병을 겸직하며 항상 웃는 얼굴로 후임병들에게 병영 생활에 관해 조언하고 악기 교습 부대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부대 측은 설명했다.
박 상병은 “생전에 ‘작은 일에 충성하라’고 늘 강조하시던 아버지께 떳떳하고 싶어 국방 의무를 다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직후 아버지의 시신을 운구하러 네팔에 갔을 때 많은 교민과 자원봉사자들, 아버지 동료분들이 환대하고 도와주셨다”며 “아버지가 맺은 소중한 인연으로 지금도 네팔 교민과 대사관 직원 등과 인터넷으로 연락하고 지낸다”고 말했다.
박 상병은 “전역한 뒤 보건 관련대학원에서 공부를 더 해 중동, 아프리카 등 불모지역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 상병의 소식을 들은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아버지의 숭고한 뜻을 잇는 박 상병이 대견하다. 국가를 위해 훌륭한 일꾼이 돼 주길 바란다”며 격려 서신과 격려품을 전달했다.
대대장 김여종(학군 19기) 중령은 “아버지를 잃은 충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부대와 전우들을 먼저 생각하는 박 상병의 마음이 고맙다”고 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