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싸워달라’ 편지 소개하며 “이것이 내가 할일”
■ 필라델피아 자축연 현장
22일 오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의 파크하이엇 호텔 그랜드볼룸.
이날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10%포인트 차로 이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상기된 목소리로 “민주당 경선의 큰 물줄기(tide)가 바뀌고 있다”고 선언하자 장내는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 들었다.
힐러리 후보는 “우리가 1600번지(워싱턴 백악관의 주소)로 가는 길은 머나먼 여정이며 그 길은 펜실베이니아 주를 관통한다”는 말로 이날 승리에 의미를 부여했다.
▽‘클린턴 패밀리’의 기쁨=힐러리 후보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딸 첼시 씨는 공식연설이 끝난 뒤 30분 이상 그랜드볼룸에 머물면서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포옹하는 등 ‘벼랑 끝 기사회생’의 기쁨을 만끽했다.
힐러리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도중 어린이들을 안아 주거나,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에 앉은 노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몸을 낮춘 채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경선 완주 의사를 묻는 본보 기자의 질문에 “이미 다음 목표가 정해졌고, 나는 인디애나와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힐러리 후보의 연설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한 첼시 씨는 ‘어머니가 자랑스러우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어깨를 툭 치면서 “두말할 나위도 없다”라며 윙크했다. 그는 “지금 가장 자랑스러운 사람은 ‘우리 엄마(my mom)’다. 아버지보다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끝까지 싸우겠다”=힐러리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자신의 대권 도전이 보통 미국인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설명했다.
이어 힐러리 후보는 “내게 사퇴하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미국 유권자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유권자들은 당연히 중도에서 포기하지 않는 지도자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가 보내온 편지를 소개하며 “이분은 자신이 해리 트루먼 대통령에게서 훈장을 받는 모습을 찍은 사진의 한 귀퉁이에 비뚤비뚤한 글씨로 ‘끝까지 싸워 달라’고 써 보냈다”며 “바로 그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