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 가입자 정보 고의유출 충격
“김○○ 고객님이시죠? 초고속 인터넷 쓰시던데 이번에 새로 하나TV와 유선전화에 같이 가입하시면 훨씬 저렴하게 해드립니다.”
회사원 김모(32) 씨는 최근 텔레마케팅(TM) 업체 직원의 전화를 받고 놀랐다. 자신의 이름은 물론 현재 사용하는 인터넷 상품명까지 줄줄 꿰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나중에 찍힌 번호로 전화해 보니 하나로텔레콤 본사가 아닌 생소한 이름의 회사여서 기분이 찜찜했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이모(21) 씨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 초 하나로텔레콤과의 계약을 해지했지만 “이번에 이벤트가 있으니 다시 사용해보시라”는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그는 “회원도 아닌데 내 이름과 연락처를 알고 집요하게 전화를 해서 불쾌했다”고 말했다.
김 씨와 이 씨의 사례처럼 통신업체가 가입자 정보를 고객의 허락 없이 TM 업체에 제공해 마케팅에 활용한 사실이 경찰수사로 드러났다.
하나로텔레콤은 지난해 8월에도 고객 170만 명의 개인정보를 도용하고 판촉활동을 담당하는 TM 업체에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임직원 13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본보 2007년 8월 9일자 A17면 참조
▶ 못믿을 통신업체…KT-하나로텔 730만명 개인정보 유출
이번 사건은 본사 차원에서 TM 업체에 고객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까지 개발했다는 점에서 특히 문제가 많다. 해킹으로 본의 아니게 고객정보를 유출한 옥션이나 LG텔레콤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나로텔레콤은 TM업무를 전담하는 자회사로 ‘하나로세일즈’를 설립했다. 하나로텔레콤과 TM 업체는 가입자가 생기면서 나오는 수익금을 일정 비율로 나눠 가졌다.
이 과정에서 하나로텔레콤은 가입을 해지한 고객 정보까지 TM 업체에 넘겨 광고 전화를 하도록 도왔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고객이 통신상품을 해지하면 업체는 해당 고객의 개인정보를 즉시 파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하나로텔레콤으로부터 고객정보를 받은 TM 업체가 소규모 TM 업체에 판촉업무를 다시 위탁해 고객정보가 어느 정도로 퍼졌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통신업계에서는 하나로텔레콤의 불법행위가 최근 성사된 SK텔레콤과의 인수합병 협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되기 위해 가입자 수를 늘릴 필요가 있었다는 말이다.
올 초 SK텔레콤에 인수된 하나로텔레콤은 정부 인가 절차를 마치고 지난달 1일부터 SK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하나로텔레콤의 새 경영진은 인수 전에 있었던 사건이 불거져 곤혹스럽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집단대응을 생각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정보유출 피해자 소송 모임’(cafe.naver.com/hanarososong)이라는 이름의 카페가 생겼다. 변호사가 만든 카페인데 개설 4시간 만에 40여 명이 가입했다.
한편 경찰은 정보통신부가 통신업체를 조사할 때마다 업체에 일정과 대상을 미리 알려줬다고 보이는 옛 정보통신부와 통신위원회 직원들도 수사할 예정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개인정보 침해 민원 한달새 67% 급증
지난달 2936건… 옥션 해킹 여파 보이스피싱 기승▼
옥션 해킹사건 여파로 개인정보침해 민원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달 접수된 개인정보침해 민원 건수는 2936건으로 지난해 3월(2970건)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민원 건수는 2월 1756건보다 67.2%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연속 2000건을 밑돌던 데서 상승세로 급반전한 것이다.
특히 전화번호, 이름 등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의 영향을 받는 보이스피싱(전화사기) 관련 민원이 2월보다 131%나 증가했다.
KISA 측은 “지난해 3월 정부가 주민번호 도용의 위험성을 대대적으로 알리면서 일시적으로 민원이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지난달 민원건수는 2006년 2월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3463건을 보인 이후 사실상 가장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SKT 3세대 휴대전화 불통 소동
어제 서울 종로-강남 일대 2시간 넘게 통화장애▼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일대에서 SK텔레콤의 3세대(3G) 휴대전화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해 가입자들이 전화를 걸거나 받지 못하는 불편을 겪었다.
SK텔레콤은 이날 “가입자 간 통화를 연결해주는 교환설비가 고장나는 바람에 오후 6시 15분경부터 약 2시간 30분 동안 서울 종로구 등 일부 지역에서 통화 장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사고 발생 후 약 30분 만에 다른 교환기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통신망을 복구했다”면서 “하지만 가입자들이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는 등 통화폭주 현상이 발생해 복구 후에도 한동안 일부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했으며 8시 45분경부터 정상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KTF의 3G 서비스가 네트워크 장비 이상으로 오전 6시부터 약 4시간 45분 동안 성북구 등 서울 북부지역에서 중단되는 등 최근 화상통화가 가능한 3G 서비스가 잇달아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