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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바라보던 그룹들 ‘고민되네’

입력 | 2008-04-24 02:58:00


“기획실 폐지-경영권 문제 우리는 어떻게…”

상당수 그룹 총괄기구 운영… 후속조치에 촉각

현대차-효성 등 경영권 승계 대책 마련에 부심

■ 삼성 쇄신안 재계 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 등 파격적 내용을 담은 삼성의 경영쇄신안은 경제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략기획실과 같은 성격의 ‘컨트롤 타워’ 운영 및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삼성과 비슷한 고민을 해온 다른 그룹은 삼성 경영쇄신안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 삼성 경영방식은 ‘참고서’

삼성은 22일 발표한 경영쇄신안을 통해 그룹의 사령탑 역할을 하던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고 사장단협의회를 기반으로 하는 계열사 독자경영 체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스피드 경영을 가능케 했던 전략기획실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편중된 권한 때문에 생기는 폐해도 적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삼성이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기로 하자 그룹 총괄기구를 두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과 롯데그룹 등은 삼성의 향후 행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의 경영 방식은 그동안 상당수 국내 기업의 ‘참고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2006년부터 약 100명 규모의 기획조정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롯데그룹은 외형상 롯데쇼핑 소속 정책본부가 그룹 총괄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전략경영본부를 두고 있고, 한진그룹은 회장 직속으로 구조조정실을 운영 중이다. 한화그룹은 종전 구조조정본부를 2006년 경영기획실로 축소 개편해 운영하고 있다.

한 그룹 관계자는 “지금의 그룹 총괄기구는 과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구조조정본부와는 거리가 멀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삼성의 전략기획실 해체와 사장단협의회 운영 등 후속조치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경영능력 검증 강화될 듯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경영권 승계 문제도 관심사다. 경영쇄신안에 따라 이 전무는 최고고객책임자(CCO)직에서 물러나기로 해 경영권 승계 여부는 장기 과제로 넘어갔다.

이학수 삼성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은 “이 회장은 이 전무가 주주와 임직원,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경영을 승계하면 불행한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이 전무가 여전히 가장 유력한 차세대 총수 후보이긴 하지만 가업(家業) 승계 과정에서 후계자의 경영능력 검증을 더욱 철저히 하겠다는 뜻이어서 경영권 승계를 앞둔 다른 그룹 총수들에게도 일정 부분 심리적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나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 아들을 경영에 참여시키고 있는 그룹 총수들은 이 전무의 사임과 향후 경영 복귀 과정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경영권 승계 대책을 세우지 못한 다른 그룹에 삼성의 경영권 승계 방식이 관찰 대상이었다”면서 “그러나 이 전무가 CCO에서 물러남에 따라 다른 그룹의 고민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