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엔진’ 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생애 최고의 빅매치에서 풀타임을 뛰었지만, PSV 에인트호벤 시절의 영광을 재현하진 못했다.
박지성은 24일(한국시간) 스페인 누 캄프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왼쪽측면 공격수로 선발출전, 90분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공격포인트 없이 물러났다.
박지성의 활약은 미미했지만 소속팀 맨유는 홈팀 바로셀로나의 파상공세를 끝까지 잘 막아내 0-0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원정경기에서 얻은 값진 소득이었다.
이로써 맨유는 오는 30일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릴 2차전에서 한 골차 승리만 거둬도 결승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게 된 반면 바로셀로나는 원정경기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됐다.
이날 박지성은 최근 슬럼프에 빠진 라이언 긱스를 대신해 3-5-2 포메이션의 왼쪽 측면 공격수로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지성은 경기 초반 웨인 루니의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하는 등 활발한 공격을 펼쳤다. 간헐적으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포지션 스위치를 통해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고, 적극적인 문전쇄도로 골 욕심을 냈다.
하지만 박지성은 중반 이후 맨유가 수비위주의 플레이를 펼치면서 공격보다는 수비에 더욱 치중해야 했고, 바로셀로나의 잔루카 잠브로타의 돌파를 막는데 주력했다.
박지성은 후반 막판 호날두의 패스를 이어받아 문전으로 침투패스를 연결했지만, 테베즈와 호흡이 맞지 않아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한편 두 팀의 경기는 바로셀로나가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지만, 유기적인 조직력으로 버틴 맨유를 넘지 못했다.
맨유는 경기 시작하자마자 결정적인 득점기회를 잡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다이빙 헤딩슛이 상대 수비수의 손에 맞자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한 것. 원정경기 한 골은 홈 경기 두 골과 맞먹는 것이어서 반드시 성공시켜야 했다.
그러나 키커로 나선 호날두의 슈팅이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와 득점찬스를 무산시켰다.
이후 경기 주도권은 바로셀로나에게 넘어갔다. 바로셀로나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사무엘 에투-데쿠-리오넬 메시로 이어지는 특유의 패스플레이로 볼점유율을 높이며 맨유의 수비진을 괴롭혔다. 맨유는 하프라인을 넘는 것 조차 힘들어 보였다.
전반을 득점 없이 마친 바로셀로나는 후반 16분 리오넬 메시 대신 보얀을 교체투입시켜 골을 노렸고, 맨유 역시 후반 30분 웨인 루니 대신 루이스 나니를 투입시켜 맞불을 놓았다.
이렇다할 득점기회를 만들지 못하던 두 팀은 후반 37분 바로셀로나의 티에리 앙리가 문전 왼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반 데 사르의 선방으로 답답함을 이어갔다.
막판 총공세를 펼친 바로셀로나는 후반 42분 문전 중앙에서 잡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앙리의 슈팅이 밋밋하게 골키퍼에게 막혀 결국 득점에 실패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