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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 박신양 ‘와인 문외한’이라고?

입력 | 2008-04-24 08:43:00


와인은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단지 소품에 그치는 게 아니라 특정 장면을 이끌기도 하고, 주인공의 감정을 설명하는 열쇠로도 작용했다. 인물의 캐릭터를 투영했고, 이로 인해 기억에 오래 남았다. 와인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사이드웨이’는 주인공 폴 지아마티의 피노 누아 예찬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피노 누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동안 영화 속에 등장한 와인을 소개한다.

○ 프랑스 최고급 와인은 최후의 만찬용?

와인 강국 프랑스의 고급 와인은 명성만큼이나 영화 속에 가장 많이 등장했다.

지난해 인기를 모은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에는 프랑스 그랑크뤼 1등급 와인인 ‘샤또 라뚜르(사진)’와 ‘샤또 슈발 블랑’이 나온다. 악질 주방장이 견습생 링귀니에게 맛의 비밀을 털어놓도록 꾀는 장면에는 샤또 라뚜르가, 악독한 음식 평론가 이고가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을 주문하는 대목에는 샤또 슈발 블랑 1947년 빈티지가 등장했다.

프랑스 최고급 와인은 공교롭게 최후의 만찬에도 주로 등장했다.

재난 영화 ‘포세이돈’에서 자살을 앞둔 노신사 역의 리차드 드레이퍼스는 부르고뉴 최고의 와인 ‘로마네 콩티’를 주문해 일행을 놀라게 한다. 로마네 콩티는 수백 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에 적은 생산 양으로 보통 사람들은 마시기 힘든 와인.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호사를 누리려는 행동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재난 영화 ‘딥 임팩트’에서도 행성 충돌을 앞둔 급박한 상황에 주인공들이 그랑크뤼 1등급 ‘샤또 무똥 로칠드’를 마신다.

○ 많이 마시는 와인과 잘못 등장한 와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주인공 엔 헤이시가 남자 친구와 즐겨 마시는 와인은 이탈리아 와인 ‘두깔레 리제르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와인 가운데 하나로 뉴욕 유명 레스토랑에서 예외 없이 이 와인을 마실 수 있다.

‘미녀는 괴로워’의 파티 장면에는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 ‘프레시넷’이 나온다. 파티에서 많이 쓰이는 와인으로 영화가 현실을 반영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틀리게 나온 와인 장면은 웃음을 준다. 국내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데‘범죄의 재구성’이 대표적이다. 이 영화를 보면 김선생 역의 백윤식 집에 와인이 진열돼 있고, 주인공 박신양은 와인 셀러를 보며 이탈리아나 프랑스 와인보다 칠레 와인이 더 낫다고 거들먹거린다. 두 나라 모두 2차 세계 대전으로 쑥대밭이 돼 칠레 와인이 낫다는 주장.

하지만 정작 진열된 와인은 미국 대표 브랜드인 ‘갤로’의 와인이었다.

재미난 에피소드는 또 있다. ‘못말리는 결혼’에서 주인공 김수미가 인사 온 유진에게 허세를 부리며 호주 와인 ‘템퍼스 투 퓨어 랜지 쉬라즈’를 프랑스 와인이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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