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다 뭐랄까, 말을 잘 못한 탓이라니까. 괜히 살이 낀 거지.”
23일 잠실 LG전을 앞둔 한화 덕아웃. 김인식 감독은 ‘한화가 LG만 만나면 쥐 잡듯 한다’는 말에 한화가 지난해 7월 8일 잠실전 이후 LG에 전날까지 8연승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지난해 시즌이 한창이던 어느 날. LG 모 코치가 “한화는 큰 구장에 오면 잘 하지 못 한다”고 잠자코 있던 한화를 건드렸고(?), 이 소식을 접한 뒤 괜히 신경질이 나더란다. 그래서 그 코치를 염두에 두고 “(LG가) 감독이 여러 명 바뀔 때 용케도 혼자 꿋꿋이 잘 살아 남더라. 자기 일에나 더 신경 쓰라고 전해 달라”고 한마디 했단다.
그런데 웬걸. 모 코치의 말에 한화 선수들이 뿔이 났던 것인지, ‘뿔난’ 김 감독의 마음을 선수들이 알아서 헤아렸던 것인지 잘 모르지만 이상하게도 그 다음 게임부터 한화 선수들은 LG만 만나면 더 힘을 쓰더란다. 대전구장은 물론이고 ‘큰 구장’ 잠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말 할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니까”라며 즐거운 표정으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가던 김 감독. 잠시 뜸을 들이더니 한 마디 덧붙였다. “(연승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뭐, 반드시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자신의 말이 부메랑이 돼 되돌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갑자기 떠올랐던 모양이다. 콧소리를 섞어 말꼬리를 흐린 걸 보면.
잠실=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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