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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축구스폰서쉽 총괄 박채훈 “수출한 ‘길거리 응원’ 빅히트쳤죠”

입력 | 2008-04-24 09:49:00


그의 명함에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EURO 2008) 로고가 박혀있다. 명함에 웬 축구 로고. 그래서 물었다. “조금은 색다른데, 특별한 의미가 있나.” 그는 “전 사원들이 월드컵은 물론 유로(EURO) 대회가 열릴 때마다 로고를 새겨넣는다. 애사심의 표현 정도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박채훈(46) 현대자동차 해외판촉팀장. 현대자동차의 축구스폰서십을 총괄하기 때문에 코 앞으로 다가온 유로2008(6.7∼29·스위스 및 오스트리아) 대회를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그를 16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만났다.

獨월드컵 현지 거리응원 기획

하루 60만명 참가 세계가 놀라

FIFA·유럽 공식프로그램 채택

한국이 만든 축구문화에 자부심

축구 후원후 브랜드 가치 쑥쑥

해외 딜러들이 알아서 찾아와

이게 바로 스포츠마케팅의 힘!

-정확히 어떤 업무를 하고 있나.

“크게 3가지이다. 스포츠마케팅과 해외 모터쇼, 그리고 해외 기자단의 신차 시승행사 등을 맡고 있다. 특히 FIFA월드컵마케팅의 비중이 가장 크다. 스포츠마케팅은 갈수록 각광받고 있다.”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나.

“원래는 현대종합상사의 유럽 주재원이었다. 폴란드에 거주했는데, 유로2000 당시 현대가 처음 스폰서십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 후 현대자동차로 자리를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스포츠마케팅을 하게 됐다.”

-스포츠마케팅이 각광을 받는다고 했는데, 실제로 피부로 느끼고 있나.

“사실 유럽에 근무할 당시인 90년대엔 자동차 판매 딜러들이 시쳇말로 깔아뭉개는 경향이 있었다. (현대차를) 무시했던 것이다. 그런데 유로2000에서 현대자동차의 로고가 전 경기장에 부착되고, 또한 TV를 통해 방영되고 난 후부터는 태도가 달라졌다. 브랜드의 가치가 높아지자 딜러들이 스스로 찾아왔다. 딜러들은 요구 조건을 확 낮췄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했다. 이것이 스포츠마케팅의 힘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 실제 사례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스포츠마케팅은 광고의 사각지대를 보완해주는 장치로서는 가장 훌륭한 것이 아닌가 싶다.”

-고위층에서 좋아하겠다. 그러면 실제로 홍보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2006독일월드컵을 예로 들어보겠다. 현대자동차의 경기장내 A보드 노출은 경기당 평균 12분 51초로, 총 13시간 42분 24초였다. 월드컵은 총 214개국에 중계됐고, 연 340억명이 시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이를 광고단가로 계산해보면 약 90억달러(9조원) 이상의 광고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난다. 현대자동차는 FIFA에 4년간 1000억원 정도를 내고, 자동차는 2500대 정도 투입되는데, 이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남는 장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덧붙이자면,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지는 2006월드컵을 통해 제일 큰 효과를 본 업체를 현대자동차로 꼽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인지도는 어느 수준인가.

“2004년까지는 100위 안에도 들지 못하다가, 2005년 84위, 2006년 75위 등으로 상승 중이다. 스포츠마케팅도 이런 상승곡선에 일조했다고 자부한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는 왜 축구를 선택했나.

“축구는 전세계 안하는 나라가 없다. 세대 및 계층을 초월해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이고, 최다 TV 중계와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택했다. 원래 FIFA의 자동차 부문 스폰서는 독일의 자동차업체인 오펠이었다. 그런데 오펠은 99년에 스스로 포기했고, 그 틈에 우리가 들어갔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2월드컵부터인데, 2014년브라질월드컵까지 계약돼 있다. 2006년독일월드컵 때 오펠이 다시 들어오려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기존 스폰서가 포기하지 않는 한 계속 하게 되어있다.”

-나름대로 보람도 많을텐데.

“독일월드컵 프로그램을 짜면서 길거리 응원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FIFA에서도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4개 회사가 공동 투자해 12개 개최도시와 계약을 맺었다. 처음에는 경기장당 5000명, 하루 5만명 정도를 예상했다. 그런데 실제 대회가 열리니까 하루 60만명이 모여 길거리 응원을 벌이는 것이 아닌가. 정말 대박이었다. 독일 신문이 이런 길거리 응원을 보도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길거리 응원전은 2002월드컵 당시의 한국 보다 더 뜨거웠다고 본다. 결국 총 1900만명이 동참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그야말로 한국의 길거리 응원문화를 수출한 셈이다. 한국사람들이 축구의 아이콘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호응 덕에 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은 길거리 응원을 공식 프로그램으로 채택했다. 물론 이번 유로2008 때도 길거리응원을 볼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축구에만 투자할 것인가.

“축구 이외에 다른 종목을 찾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를 더 높이기 위해 골프쪽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골프대회 창설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박채훈 팀장...?

○1962년생.

○1989년 현대종합상사에 입사.

○2000년 현대자동차로 옮겨 해외영업본부에서 근무.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스포츠마케 팅 시작.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사진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