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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의 꽃은 이슬람이 피웠다

입력 | 2008-04-25 02:57:00


국립중앙박물관 ‘페르시아’ 특별 강좌이슬람과 유럽 문명

중세 암흑기 그리스사상 홀대

이슬람세계선 번역-연구 활발

결국 사상 역수입 현상 일어나

23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은하문화학교 ‘페르시아 및 이슬람 문화의 이해’의 주제는 ‘이슬람과 유럽 문명’.

강사로 나선 김정명 한국중동협회 사무차장은 이날 이슬람 제국의 역사를 설명한 뒤 오랜 갈등 관계로만 알려진 이슬람과 기독교의 역사 뒤에 숨겨진 철학, 과학의 폭넓은 교류 양상을 소개했다.

7세기 사산조 페르시아를 멸망시키고 등장한 이슬람 제국은 페르시아, 이집트를 지배한 정통 칼리파 시대(632∼661)와 북아프리카,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까지 영토를 확장한 우마이야조 시대(661∼750), 중앙아시아까지 진출한 아바스조 시대(750∼1258), 비잔틴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융합된 오스만튀르크 시대(1517∼1924)로 나뉜다.

김 사무차장은 이날 이슬람 제국이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서 화려한 문명을 꽃피운 우마이야조와 아바스조의 역사를 집중 소개했다.

아바스조 시대 때 이슬람 세계엔 고대 그리스 학문이 대거 수입됐다. 9세기 바그다드에 ‘지혜의 전당’이라는 학술번역 연구기관이 설립돼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히포크라테스 의학,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문학 등 고대 그리스의 거의 모든 작품이 아랍어로 번역됐다.

이슬람 세계는 이런 학술적 성과를 바탕으로 코란을 재해석해 이성을 중심으로 이슬람 교리를 정립했다. 같은 시기 중세 유럽은 고대 철학을 홀대했던 ‘암흑의 시대’였다. 이슬람의 학문 성과는 유럽 스콜라 철학(신학 중심의 철학)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사실은 유럽의 르네상스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르네상스는 고대 그리스 로마를 부흥시킨 새로운 시대정신이다. 하지만 르네상스 초기 유럽에는 고대 그리스 사상을 제대로 공부한 학자가 거의 없었다. 그 결과 아랍어로 번역된 고대 서양 철학이 라틴어로 다시 번역되는 사상의 역수입 현상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유럽에서 스타 학자로 대접받은 이슬람 학자도 생겨났다. 이슬람 의학자이자 철학자인 이븐시나(980∼1037)는 유럽에서 ‘의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이븐루시드(1126∼1198)는 당대 최고의 아리스토텔레스 주석가로 인정받았다. 이와 관련해 김 사무차장은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이들 두 사람을 빼놓고는 서양 철학이 연결이 안 된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단테(1265∼1321)는 ‘신곡’에서 이븐시나와 이븐루시드를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과 ‘동급’으로 묘사했을 정도였다.

김 사무차장은 “유럽이 종교적으로 이슬람 세계를 배척한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유럽의 인문학자들이 이슬람 세계를 자신들의 스승과 학문적 동료가 사는 곳으로 봤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일반 1만 원, 학생 9000원, 어린이 8000원(5월 5일까지 50% 할인). 02-793-2080, www.persia2008.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