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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화제!이사람]구간 마라톤 우승 이끈 상지여고 신사흰

입력 | 2008-04-25 02:57:00


달리면 신기록… 151㎝ ‘바람의 딸’

출발 총성과 함께 28명이 트랙을 박차고 나갔다. 남자 선수 17명이 무리를 지어 앞서 달렸고 여자 선수 11명이 그 뒤를 따랐다. 유난히 체구가 작은 여고생이 눈에 띄었다. 시작부터 재빠르게 앞으로 나서더니 1구간 7.4km 내내 선두를 지켰다.

20일 공주에서 열린 제7회 전국구간마라톤대회. 백제큰길 42.195km를 6개 구간으로 나눠 달린 이 대회에서 상지여고는 3개의 대회 구간 신기록을 작성하며 2연패를 달성했다.

특히 1구간에서는 종전 기록을 36초나 앞당겼다. 이제 겨우 1학년인 신사흰(16)이 그 주인공이다. 신사흰은 3월 코오롱 고교구간마라톤에서도 구간 신기록을 세웠다. 고교생이 된 뒤 출전한 2개 대회에서 모두 종전 기록을 갈아 치우며 단숨에 ‘여자 육상 기대주’로 떠올랐다.

이름이 특이하다고 하자 “엄마가 저를 가졌을 때 아버지와 함께 바닷가를 즐겨 찾으셨대요. 넓고 흰 백사장처럼 큰 꿈을 가지라고 아버지가 지어 주셨어요”라며 수줍게 웃는다.

작은 체구에 귀여운 얼굴이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무섭게 질주하던 ‘달려라 하니’를 떠올리게 한다.

신사흰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거리 종목을 했고 5, 6학년 때는 핸드볼 선수로 뛰었다. 하지만 키가 좀처럼 크지 않았다. 단거리 종목과 핸드볼은 작은 키로는 한계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중장거리로 종목을 바꿨는데 지금은 만족해요. 핸드볼과 단거리를 했던 게 근육을 만들고 지구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어요.”

좋아하는 선수는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에서 중거리 3관왕에 올랐던 임춘애.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활약했던 선수이지만 책을 읽고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1986년 동아마라톤에서 유재성과 함께 2시간 15분 벽을 깼던 상지여고 정만화 감독은 “사흰이는 작아도 힘이 장사다. 선배들보다 더 많은 훈련을 시켜도 모두 소화해 낸다. 지구력이 좋고 성실해서 조련만 잘하면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철없을 나이. 하지만 신사흰은 가족을 위해 힘들어도 열심히 뛴다고 했다. 농사를 지으며 어렵게 자신을 키워준 부모님께 효도하기 위해서라도 마라톤으로 성공하는 게 목표다.

일본의 노구치 미즈키(30)는 150cm, 45kg의 작은 체구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땄다. 한국 여자 마라톤은 1997년 권은주가 세운 한국 기록(2시간 26분 12초)을 11년 동안 넘지 못하고 있다. 풀코스를 뛸 수 있는 나이는 만 19세 이상. 몇 년 뒤 신사흰이 ‘한국의 노구치’로 불릴지 모를 일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신사흰은 누구

△1992년 강원 태백 출생 △아버지 신승범 씨와 어머니 권혜련 씨의 1남 1녀 중 장녀 △출신교: 황지초교, 원주 상지여중, 상지여고 △키 151cm, 체중 42kg △주 종목: 3000m, 5000m △좋아하는 연예인: 조인성 △좋아하는 음식: 라면 △취미: 음악 감상(동방신기 노래를 좋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