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창조자 아르마니 패션제국/레나타 몰로 지음·이승수 옮김/284쪽·1만2000원·문학수첩
“일의 측면에서 내가 냉정하다는 판단은 옳습니다. 난 실수하는 사람에게 관대하지 못하고 실수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절대 수용하지 않습니다.”
완벽하고 차가운 이미지, 단호하고 강렬한 눈빛. 세계 패션계의 거장 조르조 아르마니. 그는 이 책에서 평소에 거의 볼 수 없었던 면모를 드러낸다.
“모든 것이 무대에 준비돼 있습니다. 조명, 사진작가, 관객. 패션쇼가 시작돼야 하는데 의상들이 없는 겁니다. 이것이 내가 자주 꾸는 악몽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세계적 명품 브랜드를 키워내기까지 아르마니의 삶과 사업가로서의 재능을 소개한 이 전기는 이처럼 아르마니의 “약하고 내성적인 영혼”까지 포착해냈다.
‘이탈리아 보그’, ‘GQ’ 등 여러 패션 잡지에서 일해 온 이탈리아 출신의 저자는 아르마니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그는 외과 의사처럼 정확하게 이권을 계산하고 … 그러다가 어느 순간 부드러운 면모를 잠깐 엿보게 만드는 눈빛과 흔들림 … 그의 이중적인 모습은 웬만해선 드러나지 않지만, 그림자로부터 걸어 나와 슬픔 위에 쓰인 이야기, 좀처럼 알려지지 않은 조르조 아르마니의 애수를 열어 보이도록 압박한다.”
사생활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아르마니는 자서전을 쓰라는 주위의 요구도 물리쳤다. 저자의 전기에도 처음에는 협조하지 않았다. 이 책은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차근차근 아르마니의 주변 사람을 취재하고 자료를 모아 결국 아르마니 측의 호의를 얻어낸 작가의 노력으로 출간됐다.
아르마니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융합된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으로 우뚝 선 인물. 딱딱하기만 하던 남성 정장에 편안함을 부여하고, 풍성하지만 비실용적이던 여성복을 커리어우먼에게 맞는 일상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바꾼 그의 패션은 일종의 혁명이었다. 취향과 사회현상의 미묘한 변화를 포착해 패션에 반영하는 아르마니의 재능을 확인하는 재미, 일에 대한 열정 뒤에 감춰진 고독한 스타일리스트의 삶을 엿보는 재미가 교차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