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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꼬마 아이를 먹을래

입력 | 2008-04-26 02:58:00


◇꼬마 아이를 먹을래/실비안 도니오 지음·도로테 드 몽프레 그림·최윤정 옮김/32쪽·9000원·바람의 아이들(5∼7세용)

주인공인 꼬마 악어 아쉴이 인간 꼬마를 먹으려는 설정이 얼핏 끔찍하다. 아쉴은 왜 꼬마를 먹으려는 걸까.

바나나 나무 울창한 어느 섬. 아빠 악어와 엄마 악어는 바나나를 주로 먹는다. 육식 동물인 현실 속 악어와 다르다. 아쉴도 매일 아침 싱싱한 바나나를 먹어 왔다. 바나나를 먹으며 쑥쑥 크는 아쉴을 보며 엄마 악어가 칭찬한다. “우리 아들, 정말 크고 잘생겼네. 이빨도 시원스럽고!”

그런데 어느 날 아쉴이 바나나를 먹지 않겠다고 투정을 부린다. 엄마는 바나나가 달고 싱싱하다며 권하지만 아쉴은 고집불통이다. 그러고는 아쉴이 하는 말. “오늘은 꼬마를 먹고 싶다고!”

꼬마를 먹고 싶다는 생각은 엄마 아빠 악어에게는 엉뚱하고 황당한 얘기다. 답답한 아빠 악어는 한달음에 마을까지 가서 트럭만큼 커다란 소시지를 구해 오지만 아쉴은 먹기 싫단다. 엄마 아빠 악어가 맛있는 초콜릿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주자 좋아하다가 곧 한숨을 쉬며 말한다. “꼬마를 먹고 싶다”고.

자포자기한 엄마 아빠 악어를 뒤로하고 강가로 간 아쉴. 그렇게 먹고 싶어 하던 꼬마를 만났다. 살금살금 기어가 꼬마를 덮치려는 순간 꼬마가 일어선다. 키가 아쉴의 세 배가 넘어 보인다. 오히려 꼬마가 아쉴을 집어 들고 장난을 치다 강물에 던져 버린다.

“무슨 악어가 이렇게 조그맣지? 왜 이렇게 말랐을까. 밥을 안 먹는 악어인가 보네!”

아쉴은 무엇을 깨달았을까. 빨리 크기 위해서는 바나나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꼬마를 먹을 수 있을 테니까.

조금 황당한 듯한 내용의 이 동화는 때로 갈피를 못 잡을 정도로 변덕쟁이로 변하는 아이들의 행동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엄마 아빠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하지 않고, 나쁘다고 해도 꼭 하고야 마는 아이들.

아무리 아이들을 혼내고 잔소리해 봐야 소용없을 때가 많다. 아이들은 아쉴처럼 언젠가 어떤 길이 좋은 길인지 스스로 깨닫는다. 물론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야겠지만.

투정부리는 아쉴에게 진땀 흘리는 엄마 아빠 악어의 모습, 기어코 꼬마를 먹겠다는 아쉴의 투정이 녹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진 그림으로 잘 표현됐다. 열대 어느 섬을 떠올리게 하는 이국적 배경도 인상적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