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유)는 구절 맨 앞에 올 때는 보통 ‘어떤’ 또는 ‘어느’에 해당하며, 불특정한 것임을 표시한다. 여기의 有言(유언)은 ‘어떤 말’에 해당한다.
逆(역)은 원래 ‘맞이하다’의 뜻이다. 逆風(역풍)은 맞바람이고 逆旅(역려)는 여행자를 맞이하는 여관이다. 그로부터 미리 또는 앞질러의 뜻이 나왔으니, 逆料(역료)는 미리 헤아림을 뜻한다. 또 拒逆(거역)이나 逆耳(역이)에서처럼 거스르거나 거슬리다의 뜻, 逆謀(역모)처럼 반역의 뜻도 있다. 逆說(역설)은 반대되는 이론 혹은 모순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이론을 가리킨다.
汝(여)는 2인칭으로 ‘너’에 해당하며 대등하거나 아래에 있는 이에게 쓴다. 汝等(여등)과 汝輩(여배)는 그 복수형이다.
諸(제)는 諸君(제군)에서처럼 흔히 여럿임을 뜻한다. 그러나 때로는 之(지)와 於(어)를 하나로 합한 글자로도 쓰이는데, 이때는 ‘저’로 읽는다. 之(지)와 乎(호)를 합한 것이어도 역시 ‘저’로 읽는다. 여기의 求諸道(구저도)는 求之於道(구지어도)와 같으며, 도리에 맞는 점을 찾는다는 뜻이다.
제 마음에 거슬리는 말을 좋아할 수는 없다. 그래서 그 말을 무시하기도 하고 혹 피해버리기도 한다. 특히 윗자리에 있으면 그런 말을 들을 기회가 적어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듣기 싫은 말 속에도 타당한 점이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꼭 요긴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듣기 싫은 말에서 타당한 점을 찾아 따를 수 있다면, 그는 분명 마음에 드는 말 중에서도 도리에 어긋난 점을 찾아 스스로 대처하는 현명함도 지녔을 것이다. ‘尙書(상서)’에 보이는 통치자에게 하는 충고지만, 지위의 고하를 떠나 누구에게나 해당되리라.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