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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원재]747의 추억

입력 | 2008-04-29 02:58:00


지난해 3월 13일 한나라당 대선주자이던 이명박(MB) 전 서울시장은 에세이집 출판기념회에서 “7% 경제성장으로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어 7대 경제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2만 명이 모인 대선 출정식에서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를 굳힐 화두로 ‘7·4·7 전략’을 꺼내든 것이다. 노무현 정권에서 연평균 4% 안팎의 저성장과 경기 위축에 지친 국민에겐 솔깃한 약속이었다. 경제 예측을 복잡한 설명 대신 숫자로 압축한 747은 ‘대통령 이명박’을 만드는 데 한몫했다.

▷엄밀히 따지면 747 공약은 MB의 전유물이 아니다.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도 이보다 한 달 전쯤 ‘7% 성장, 3만 달러 소득, 국가경쟁력 10위’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MB는 보잉 747 기종을 연상시키는 숫자로 목표치를 높였을 뿐이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4∼5% 정도라는 점을 들어 대표적인 전시성 공약(空約)이라고 지적했다. 어쨌든 성장에 갈증을 느낀 유권자들은 MB에게 표를 몰아줬다.

▷이 대통령은 27일 “당장 올해 또는 내년에 7%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없더라도 7% 성장을 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아야 한다”며 “1, 2년 목표가 미뤄지더라도 기초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7% 성장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만큼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밀어붙이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공약 이행이 힘들다는 고백은 이달 초부터 정부의 핵심 당국자 사이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공약 입안자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747은 정치적 구호”라고 속내를 털어놓은 적이 있다.

▷어제 정부는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6%에서 5%대로 낮아지더니 최근엔 4%대 달성도 쉽지 않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거창했던 포부는 접고 눈앞에 닥친 악재부터 해결해야 할 상황이다. 이 정부는 ‘747’에 속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규제 완화와 투자 활성화를 통해 우리 경제의 잠재력을 키워내야 한다. 지금으로선 국민에게 ‘747의 추억’은 달콤하기는커녕 사정없이 떫다. 이제 정부는 또 다른 구호(口號)로 단맛을 낼 수도 없다.

박원재 논설위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