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바꿔입은 재규어
달릴땐 재규어 본능
재규어는 영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인 기질에 맞게 4개의 전조등과 역동적인 보닛 곡선 등 독특한 디자인 특성을 고수해 가장 ‘영국적인’ 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재규어가 최근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영국인이 좋아하는 차’에서 ‘세계인이 좋아하는 차’로.
그 첫 번째 결과물이 올해 3월 영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스포츠 세단 ‘재규어 XF’(사진).
이 차를 처음 보면 ‘재규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차량 보닛 위에 달린 재규어 모양의 엠블럼도 없다. 헤드라이트도 2개만 있다. 차체도 재규어 특유의 부드러운 곡선 외에 날카로운 직선이 많이 가미됐다.
차 내부도 변화가 많다. 특히 각종 편의장치는 운전자와 자동차의 교감을 최대화한다는 디자인 콘셉트에 따라 세세한 곳까지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였다.
우선 변속 레버는 시동 버튼을 누르자 슬그머니 솟아올랐다. 마치 자동차가 악수를 하자고 손을 내밀 듯이. 글로브 박스나 실내등도 센서가 있어 손을 갖다대기만 하면 작동됐다. 운전 중 글로브 박스를 열거나 실내등을 켜다가 생길지 모를 사고를 대비한 세심한 배려인 셈.
하지만 운전석은 재규어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변속레버 박스가 높아 운전석에 앉으면 마치 비행기 조종석같이 꽉 찬 느낌이 났다. 재규어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공군의 주력기였던 ‘스핏파이어’를 생산했던 회사였다는 점이 실감나는 대목이었다.
주행 성능도 ‘아름답고 빠른 차(Beautiful Fast Car)’라는 재규어 특성이 유지됐다. 2720cc(207마력) 디젤엔진을 장착한 2.7D와 4196cc 가솔린 엔진을 단 SV8 모델은 모두 가속기를 살짝 밟았는데도 순식간에 시속 100km를 넘었다. 재규어 측에 따르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7D는 8.2초, SV8은 5.4초다.
하지만 고속 주행 시 실내 소음이 커지는 단점은 있었다.
재규어 측은 “가솔린 모델의 소음이 더 큰 것은 운전하는 재미를 주기 위해 엔진 소리를 어느 정도 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