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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돋보기]미분양 아파트들 분양가 다운 품질은 업

입력 | 2008-04-29 20:10:00


지난주 토요일인 26일 광주 서구 광천동 D아파트 모델하우스. 청약을 앞둔 이 곳은 방문객들로 북적거렸다. 최근 미분양 사태를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많은 인파다.

광주 도심에서 드물게 공급되는 1000채 이상 대단지라지만 이것만으로 수요자의 관심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모델하우스 내부와 공사 현장을 살펴봤다. 먼저 25개 동(棟) 모두 1층 전체를 빈 공간으로 두는 '필로티' 설계가 눈길을 끌었다. 기둥만 있는 1층의 높이가 5m를 넘어 일반 아파트로 따지면 1~2층을 비워두는 셈. 통풍이 잘 되고 개방감이 있지만 업체로서는 50채(25개 동×2개 층)를 덜 짓게 되므로 수익이 준다. 이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층에 따라 최고 70㎡의 테라스 제공도 눈에 띄었다. 분양가를 당초 계획보다 내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D건설 관계자는 "(미분양 사태를 고려하면) 땅을 살 때 예상했던 이익을 따질 때가 아니다."며 "미분양을 피할 수만 있다면 뭐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분양 사태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아파트 품질을 높이고 업체의 과도한 이익을 줄이는 계기로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 미분양이 급증했던 1998년에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다.

당시 경기 용인시 수지읍에 공급된 L아파트는 단지 내 조경으로 주목받았다. L건설은 한 개 동을 없애면서까지 조경 면적을 넓혔다. 나무를 심는 비용만 수백 억 원이 더 투입됐다.

이 아파트 조경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자 다른 업체들도 앞 다퉈 조경에 투자를 늘렸다. 이후 친환경과 조경 등이 '한국형 아파트'의 새로운 테마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품질만 높인다고 시장을 떠난 고객의 발길을 돌릴 수 없다. 가격도 웬만큼 저렴해야 한다. 지금 전국에 미분양 아파트가 13만 채나 쌓여 있지만 분양가를 크게 내린 곳은 드물다. 여기에는 '일단 버텨보자'는 심리도 깔려 있다.

이 때문에 "건설업체들이 과거 말뚝만 박으면 분양되고, '대박'이 흔하던 시절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미분양 사태를 계기로 주택 품질은 한 단계 높아지고, 건설업계 전반에 '대박' 대신 안정된 수익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