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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돋보기]“분양가 다운, 품질은 업”

입력 | 2008-04-30 03:00:00


건설사들 생존 몸부림

지난주 토요일인 26일 광주 서구 광천동 D아파트 모델하우스. 청약을 앞둔 이곳은 방문객이 북적거렸다. 최근의 미분양 사태를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많은 인파.

광주 도심에서 드문 1000채 이상 대단지라지만 이것만으로 높은 관심을 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모델하우스와 공사 현장을 살펴봤다. 25개동(棟) 모두 1층 전체를 빈 공간으로 두는 ‘필로티’ 설계가 눈길을 끌었다. 기둥만 있는 1층의 높이가 5m를 넘어 일반 아파트로 따지면 1, 2층을 비워두는 셈. 통풍이 잘되고 개방감이 있지만 업체로서는 160여 채를 덜 짓게 돼 수익이 준다. 층에 따라 최대 70m² 넓이의 테라스 제공도 눈에 띄었다. 분양가를 당초 계획보다 내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D건설 관계자는 “(미분양 사태를 고려하면) 땅을 살 때 예상했던 이익을 따질 때가 아니다. 뭐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분양 사태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미분양이 급증했던 외환위기 직후에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다. 1998년 경기 용인시 수지읍에 공급된 LG빌리지는 단지 내 조경으로 주목받았다. LG건설은 1개동을 없애면서까지 조경 면적을 넓혔다. 나무를 심는 비용만 수십억 원이 더 투입됐다.

고객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자 다른 업체들도 앞 다퉈 조경에 투자를 늘렸다. 이후 친환경과 조경 등이 아파트의 새로운 테마로 자리 잡았다.

품질만 높인다고 고객의 발길을 돌릴 수 없다. 가격도 웬만큼 저렴해야 한다. 지금 전국에 미분양 아파트가 13만 채나 쌓여 있지만 분양가를 크게 내린 곳은 드물다. 여기에는 ‘일단 버텨보자’는 심리도 깔려 있다.

이 때문에 “말뚝만 박으면 분양되고 이른바 ‘대박’이 흔하던 시절의 타성에서 아직 건설업체들이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미분양 사태를 계기로 주택 품질은 한 계단 높아지고 건설업계 전반에 대박 대신 안정된 수익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