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주말을 맞아 필드에 나선 김버디 씨. “오늘만은 기필코 동료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야지”하는 마음으로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섰지만 ‘역시나’다. 남들은 열두 번도 넘게 듣는 그 흔한 ‘굿 샷’소리 한번 들을 수 없으니 보지 않고도 스코어를 직감할 수 있다.
분명 어제 연습장에서 칠 때까지는 안 그랬는데 오늘은 왜 이런지, 스윙 좋다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는데 왜 필드에만 나오면 볼은 똑바로 날아가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오늘 만은 이 말을 듣고 싶지 않았는데 역시 핸디캡은 속일 수 없나보다. 오늘도 100타를 깨지 못하고 돌아간다. 필드에선 골퍼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세 가지 표현에 담긴 속내를 살펴보았다.
○“어! 오늘 왜 이러지?”
이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 사람의 그날 라운드는 완전히 망쳤다는 뜻이다. 무슨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도 아닌데 툭 하면 터져 나오는 이 한마디에 동반자들은 즐겁기만 하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시작해 그린을 떠날 때까지 쉬지 않고 “어! 오늘 왜 이러지”라는 말이 터져 나오면 ‘OB’ 한 방에, 스리 퍼트해서 트리플 보기를 기록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 말을 믿어 주는 동반자는 아무도 없다. 도대체 언제 잘 쳤다는 건지, 확인할 길이 없으니 믿어 주는 척 하지만 분명한건 다음 라운드에서도 “어! 오늘 왜 이러지”를 연발하면서 스코어 카드의 숫자만 늘어 날 것이다.
○“나이스 아웃”
기분을 좋게 하는 말이다. 벙커에서 샷 한 볼이 핀에 가깝게 붙었을 때, 이런 말 들으면 마치 타이거 우즈라도 된 듯한 기분이다. 하지만 칭찬도 한두 번이다. 한 라운드에서 몇 번씩 이런 소리를 들으면 그날 라운드는 ‘산악 행군’ 수준이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잘 맞은 티샷은 페어웨이 벙커에 빠져 있고, 멀리 나갔다고 생각한 볼이 옆 홀 페어웨이에 떨어져 있을 때의 심정은 당해보지 않고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겨우 마음 다스리고 빼낸 볼을 페어웨이에 보내자 겨우 해준다는 말이 “나이스 아웃”이라면 차라리 이런 소리 안 듣고 플레이 하는 편이 훨씬 마음 편하다.
오늘은 “나이스 아웃” 대신 “나이스 버디”를 듣고 싶은데….
○“스윙은 좋은데…”
진짜 기분 상하게 하는 말이다. 말 하는 사람이야 칭찬이라고 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완전히 김빠지게 만든다. 스윙 좋다는 말은 연습장에서 듣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어제도 들었고 지난 번 라운드에서도 수도 없이 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좋은 스윙을 가지고 있는데 도대체 왜 볼은 똑바로 가지 않는 건지.
슬라이스에, 훅에 오늘도 제멋대로 관광을 떠나는 볼을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오는데 위로랍시고 떠드는 한 마디가 깊은 상처만 남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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