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올림픽 성화 봉송 과정에서 벌어진 중국인 시위대의 폭력행사로 대학가에서도 여러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인 시위대의 중심이 중국인 유학생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미 교내에는 중국인 시위대의 폭력행사를 규탄하고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기 시작했다.
갑자기 많은 수의 중국인과 많은 수의 오성홍기가 서울 한복판에 집결된 이번 성화 봉송 사태는 지방대에서 수학하는 중국 유학생들이 버스까지 동원해 상경한 것이라는데, 그 조직적인 움직임이 놀랍다.
미국 정부의 고위 관리 중 한 명이 최근 고려대에서 열린 특강에서 학생들로부터 이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에도 중국 유학생이 많지만 이렇게까지 행동했을지는 의문이다. 한중 간의 3000년 역사가 이런 사태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듣기엔 오랜 역사 동안 축적된 한국에 대한 중국의 불균등한 시선을 의미하는 것이라 느끼기에 충분한 답변이었다.
우리 학교에도 이미 90명에 가까운 중국 유학생이 학부,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그중에는 사태의 심각성도 파악하지 못하고 학업에 열중하는 유학생도 많다. 그러나 사실 여부가 잘 확인되지 않은, 시위 참가자 중국인 유학생의 명단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시위 장소 근처에 가지도 않았는데 명단에 이름이 섞여 오르내리는 중국 유학생들이 생겨난다면 그들은 유학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가 감정적으로 치달을수록 위험에 빠지는 것은 중국의 한국 유학생들, 한국 교민들이나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한국을 위해 응원을 가는 많은 국민이다. 중국에 유학 간 자녀를 둔 한국 부모들은 이번 사태에서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한중일 삼국이 힘을 합치면 유럽도 두렵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얽히고설킨 역사 속에서 애증 그 이상의 관계를 생각하기란 감정적으로 쉽지 않다. 중국인들이 숭상하는 공자는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칭하고 살기에 누추하지 않다고 평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자세로 이 문제를 접하기보다는 동방예의지국의 국민으로 감정보다는 이성으로, 중국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마음은 큰 나라라는 사실을 보여주면 어떨까.
물론 폭력시위에 관여한 중국인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처벌해야 한다. 그리고 미래 한중관계의 중심이 될 중국인 유학생들을 문화적으로 널리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못한다면 자칫 우려될 ‘중국 혐오증(sinophobia)’을 치유하는 데 또다시 긴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차윤탁 고려대 산업시스템 정보공학과 3학년